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니보이 May 02. 2024

아프리카에서 온 어린 환자

   119에서 전화가 오고 오 분쯤 뒤, 두 살짜리 아이를 안고 119 대원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까만 눈동자의 아이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2~3분 정도 경련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의식은 또렷했다. 똘망똘망한 눈동자와는 다르게 숨 쉴 때마다 갈비뼈 아래가 쑥쑥 들어갔다. 아이는 많이 힘들어했다. 서둘러 정맥으로 수액을 놓고 스테로이드 주사에다 호흡기 치료하고서야 안정되었다. 

   혈액검사와 가슴 X-선 사진을 확인하곤 입원 처방을 전송했다. 잠시 뒤 삼십 대 후반의 아이 아빠가 들어왔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입원 치료가 부담스럽다며 집에 가야겠다는 말을 꺼냈다. 등록된 보험 가입 정보를 보니 ‘일반’이었다. 모든 치료비를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로 계약이 끝나서인지 본국에 다녀왔다가 재입국하면서 의료보험이 상실되었다고 했다.

   숨찬 가슴 헐떡이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겠다는 젊은 아빠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과장님, 잠시 와보세요.” 원무과장에게 사연을 얘기하고 아이 아빠에게 병실에 올라가 계시라고 했다. 두어 시간 뒤 보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기쁜 소식 안고 오후 회진을 위해 병실로 올라갔다. 아이는 기운이 없는지 얕게 숨 쉬며 잠들어 있었다. 보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충분히 치료하고 가자는 나의 말에 아이 아빠는 그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청진을 마친 뒤 아이 상태를 설명하고 병실을 나섰다. 서투른 우리말로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젊은 아빠의 웃는 얼굴에 자글자글했던 내 마음도 펴지는 듯했다. 

   아프리카 국적의 어린 친구가 빨리 좋아지길 바라며 그 나라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우리나라 1인당 GDP(Gross Domestic Products, 국내총생산)는 1960년 158달러에서 2021년 34,758달러로 2만 배 이상 상승했다. 아프리카 그 나라는 1960년 220달러로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지만 2021년 1인당 GDP 2,128달러로 우리나라 1/10도 되지 않았다. 1965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권력자가 32년 장기 집권했고 1996년 내전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부군과 반군이 싸우고 있는 현재다. 오랜 내전으로 어린이와 여성 인권이 철저히 무시된 지옥도 같은 상황이 많다고 인터넷에 기록되어 있었다. 

   며칠 뒤 아팠던 24개월 아이는 방긋방긋 웃었다. 젊은 아빠는 단단한 어깨로 어린 아들을 안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개인이 피할 수 없는 잔혹한 수레바퀴 앞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길 걷는 그들의 발걸음이 내내 순탄하기를 응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홍열과 독성쇼크증후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