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조도加助島 넘어가는 다리 입구에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얹었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옆으로 자동차들이 조금씩 달리긴 하지만 무섭지는 않은 곳이다.
무슨 까닭인지 한 사람도 없었다.
다리 아래로 짙은 회색 물결이 흐르고 방파제에 작은 등대가 서 있는 풍경,
등대 맞은편에는 얇고 기다란 작은 섬 두 개가 쌍둥이처럼 서서 먼바다 통영 근처,
섬 너머 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배 하나가 서둘러 두 섬 사이를 지나 항구로 들어오고 있어
손가락 세 개를 펴서 수평선 위 산등성이와 맞춰 보았더니 빈틈없이 공간이 메꾸어졌다.
얼추 사십오 분이 지나면 어두워질 것이다.
구름이 조금 있어 둥근 해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해는 내려오면서 구름 주변 하늘을 연한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영토를 넓혀 갔다.
붉은빛도 푸른빛도 아닌 것이 신비로운 느낌을 보태며 산자락부터 수평선 너머까지 물들이는 풍경,
거대한 아이맥스 영화관의 스크린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붓으로 그린 그림 그 자체였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은 순식간에 산너머 사라지고 짙은 회색빛 어둠이 찬찬히 내려앉았다.
돌아가는 내내 일몰이 보여준 오묘한 하늘빛이 눈앞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음날 새벽 삼십 분을 달려 일출이 아름다운 항구에 도착했다.
저녁 하고는 다른 싸늘함이 있었다.
방파제 두 개가 부두를 보호하고 있었고 방파제 끝에는 붉은빛, 푸른빛을 교대로 비추는 등대가
해 뜨는 곳을 보고 있었다.
아침일을 가는지 배 두어 척이 방파제 사이를 빠져나갈 즈음,
수평선 끝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돌기 시작하더니 연한 붉은빛이 바다며 하늘이며 온통 물들였다.
구름 뒤에 숨었는지 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부두며 바다며 하늘은 연푸른 빛을 뛰며 같이 환해졌다. 구름 탓이겠지만 어제저녁 마음을 흔들었던 노을 무렵의 색깔이나
오늘 보았던 항구의 일출은 순서가 바뀌었다면 어느 것이 노을이고 어느 것이 일출이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누구에게는 시작이고 누구에게는 쉼인 순간들이 반복되는 일상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가조도 가는 다리위에서 노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