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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Dec 11. 2021

존잘이니까?

“아빠는 나이에 비하면 존잘이야!”

“그게 무슨 뜻이니?”

딸아이는 웃으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갸우뚱하다 잠들었다.


다음날 점심 먹다 문득 생각나 젊은 동료에게 물었더니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가 봅니다.”라며 웃었다.

요샛말로 ‘존x 잘생겼다' 라 했다. 음,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덧붙여서 얘기하면 '그래, 나 잘생겼다’ 될까 봐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커피 한잔하고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 웃던 딸아이를 떠올려 보았다.

딸아이가 아빠 잘생겼다고 해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또 한편으론 말의 쓰임이 참 많이 변했다, 어쩌면 아이들 말에 관심 기울이지 않으면

다음에는 내가 더 못 알아듣겠다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존잘, 존예, 개이득, 개피곤 등등 예전 어감으로만 들으면

입에 올리기 힘든 격이 떨어지는 말들이 너무나 많이 돌아다녔다.


존-이든 개-든 모두 비교나 최상급 또는 소위 폼 잡는 접두어로  쓰이는 듯하여 사전을 찾아보았다.

개- 는 질이 떨어지는, 쓸데없는, 정도가 심한 정도의 뜻으로

부정적인 어감이 훨씬 강하게 표현되어 있었고

존-이란 접두어는 없었으며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비속으로써 ㅈ이 받침에 붙으면

사물이 몹시 마음에 안 들거나 보기 싫다는 뜻으로 쓰였다.

어차피 언어란 것이 시대상을 반영하여 나타나 영생을 얻기도 하고

또는 죽어서 자료로만 존재하다 잊혀 버리기도 한다.

개- 나 존- 은 어떤 시대상을 반영하여 아이 입에서 나왔을까?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폭군이다. 부모의 의견에 반대하고, 음식도 게걸스럽게 먹고,

선생에게도 폭군처럼 군다. 장래가 암담하다.’라고 한탄하였으며

시대가 흐르고 문화가 변해도 학자들이 젊은이들의 세태를 비판하고 한탄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나도 그런 젊은이 중 하나였음을 되짚어보면

딸아이 세대의 언어 하나쯤은 즐거이 인정해 줘도 되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나는 이 시대의 존잘이니까!

존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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