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nte cantabile?
선생님이 외워 오라고 말씀하신 악보의 첫머리엔 이렇게 적혀 있다.
‘천천히 노래하듯이 불러라’,
박자는 4분의 4박자이니 그것도 지켜야 하는 거 알지!
무서운 놈들이다. 두어 마디 말로 몸을 얼어붙게 만드니.
악보 본 지 일 년이 되어가는데도 꿈틀거리는 콩나물 대가리들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올봄부터 그냥,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씩 성악 레슨을 받아 오고 있다.
악보라고는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보고는 몇십 년 만에 처음이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위안 삼아 본다.
그래도 기본적인 발 구르기로 박자 맞춰 보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좋다는 메트로놈 앱도 다 깔아서 틱톡 거리는 소리에 맞춰 연습해 보았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이 나의 음악 수업에 제일 큰 장애물이란 것만 확인하였고
몇 번씩이나 좌절하고 포기할까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더 적게 남았기에 올해 초 결심 한 가지를 보탰다.
‘무엇을 하든 작은 결과에 이를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하기야 서른두어 번의 레슨이면 팔 개월인데도 '아에이오우'와 겨우 찬송가 두어 가락만 하고 있으니,
악보를 보지 않아도 몇 번만 들으면 리듬을 타면서도 박자에 맞춰
웬만한 노래는 따라 부를 수 있는 아내가 보기엔 아주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지난번 수업을 마치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입시 곡 중 기본이라며
쉬워 보이지 않는 이태리 노래를 본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멋들어지게 부르시더니
노래 일절 가사를 외워 오라고 하셨다.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집에 오는 길에 첫 몇 번의 수업과 지난번 수업의 발성을 비교해서 들어보니
성량도 풍부해졌고 찬송가 몇 소절은 호흡을 타고 노래하듯이 나오고 있었다.
노래를 하고 있는데도 천천히 노래하듯이 불러라?
제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렇게 적어놓기까지 했을까?
Andante Cantabile!
천천히 생각해본다.
먼 훗날, 그날이 오면 삶의 매 순간,
잘 살다 왔다고 얘기 들을 수 있을까?
어려운 한 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