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저녁을 먹어도 나잇살이 붙어서 그런지 나오는 배는 어찌할 수가 없다.
구월 초까지는 낮에 떠 있든 해가 남긴 흔적에 조금 늦게 나서도 수월천변으로 가는 길이 훤하다.
초등학교 앞에서 건널목을 지나 작은 다리 위에 잠시 멈춰 하천을 보면
눈썹 위 이쁜 하얀 선을 가진 흰뺨검둥오리 몇 가족이 한가롭게 다니고 있고
가끔 눈썹 위 검은 줄을 가진 키 큰 왜가리도 조는 듯 또, 자세히 보면 무언가 노려보듯
조용히 서 있는 풍경이 정겹다.
발길을 돌려 얼마 전 깔아놓은 하천변 우레탄 길로 들어서면
이 구역의 진정한 주인들이 길 곳곳에 함정같이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코로나 시절이라 모두 마스크로 입을 가린 후 걷지만, 마스크 위에 부딪고
또 눈두덩에 부딪혀 놀라게 하는 그는 하루살이다.
개체 수로만 보면 하천변에 서식하거나 오가는 생명체 중 제일 많으니 그들이 이 순간만은 주인인 셈이다.
대도시에서 살다 작은 도시로 이사 온 후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 그들은
적응하려 해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뭐랄까 신발 안에 들어간 작은 돌조각 같다.
아내를 위해 마트에서 파는 작은 전기 모기채를 하나 샀다.
뒷부분에 노끈으로 고리를 만들어 손에 걸치고 나가면서 걱정하는 아내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그들의 구역으로 들어섰고 나는 호기롭게 좌우로 수직으로 그리고
팔자 모양으로 흔들면서 걸어갔다.
한 번씩 빠지직, 또는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오르니 아내는
그 모양새에도 맘이 편하지 않은지 수증기를 피하며 살짝 움츠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루살이들이 달려들어 눈이며 귀며 옷 근처로 와서 만드는 그 느낌이 더 싫은걸.
하천변의 주인들에 대해 찾아보았다.
보통 알로 물속에서 일 년에서 이년을 살다가 성충이 되어
지상에서 이틀에서 사흘 정도 산다고 되어 있었다.
그다음 구절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입이 없어서 굶어 죽는다고 되어 있었다. 입이 없어서 말이다.
육백일을 기다리다 칠십이 시간을 살다 굶어 죽거나 번식이 끝나면 사라지는 그들.
아픈 기록을 보고 전기 모기채를 다시 보았다,
저 모기채를 어찌해야 하나?
끄트머리의 흰뺨검둥오리
좋은날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