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니보이 Dec 15. 2021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릉'에 서다

새벽 다섯 시 삼십 분 가볍게 씻고 나섰다.

세부전문의 갱신에 필요한 평점도 채우고 최신 지식을 유지하기 위해 학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얼굴들이 떠올라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다.


아홉 시경 도착하여 등록하고 부스 몇에서 낯익은 사람들과 인사를 마치고

강의장으로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였다.

최신지견 몇을 들었더니 새벽길 달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도시락 먹으며 질문 두어 가지 던지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사실 학회 참석도 큰 목적이었으나 중요한 유적지 한 군데를 둘러보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십여 분을 달려 공주 국립박물관에 도착하였다.

1971년 발굴되어 백제와 삼국, 그리고 중국 일본 고대사의 관계를 밝히는데 크게 기여한 무덤.

고대사에 관심이 많기에 흥분된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문헌 사료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오류와 왜곡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부장품 등 유물 사료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조금은 더 사실적으로 들려주기에 더욱더 소중하다.


우리나라의 고분 유물들은 나라가 패망하거나 또는 여러 이유로

도굴당하는 등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천사백 년 동안 도굴되지 않고 처녀분으로

국내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무덤,

난 그 무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고 말았다.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

백제 25대 왕이자 출생지가 일본으로 알려진 백제 중흥기를 이끌었던 왕.


대왕의 무덤을 천사백 년간 지키고 있던 진묘수(鎭墓獸)를 보고 돌아 내려오는 길,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살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의 진묘수(鎭墓獸)

매거진의 이전글 구두 한 켤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