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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Dec 21. 2021

씨쓰루뱅?

노곤한 저녁을 먹고 조금 있으면 시작할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는데 

둘째 딸아이가 "아빠. 시쓰루뱅 할 수 있어요?" 물어본다. 


이전에 배워보려고 사놓은 미용가위와 대충 읽은 미용 교본이 있기에 

그리고 몇 번은 해 본 가위질이라. 

"그게 뭔데?" 

딸아이는 인터넷에 있는 연예인들 사진을 보여주며 

앞머리를 듬성듬성하게 자르는 거란다. 

평소 외모와 연예인에 관심 많은 중2짜리 인걸 알지만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그 녀석의 수학 성적이 떠올라 

버럭 소리 지르며 애 엄마한테 고자질해버렸다. 


혼나고 나서 기죽어 있는 딸아이를 보니 내 맘도 축 늘어져 버렸다.

" 유진아. 아빠가 미안하구나. 이리 와 보렴. " 

미용가위와 숱가위를 꺼내고 신문지 두어 장을 깔고서 

아까 보았던 20대 연예인을 떠 올리며 이리 자르고 

또 숱가위로 앞머릴 다듬고 하여 그런대로 모양이 나왔다. 

"유진아 거울 보렴" 

"아빠! 메트로 미용실보다 더 잘 잘랐어요" 

고맙구나. 딸아. 

"유진아. 아트다~" 

애 엄마도 잘 잘랐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환하게 웃던 이쁜 딸아이는 쓱쓱 그림 하나를 그려 주었다.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겨울왕국의 여주인공 같은 딸. 

사춘기이자 중학교 2학년인 딸 아일 보면서 어렴풋한 그 시절, 

여드럼투성이였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딸아이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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