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한 저녁을 먹고 조금 있으면 시작할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는데
둘째 딸아이가 "아빠. 시쓰루뱅 할 수 있어요?" 물어본다.
이전에 배워보려고 사놓은 미용가위와 대충 읽은 미용 교본이 있기에
그리고 몇 번은 해 본 가위질이라.
"그게 뭔데?"
딸아이는 인터넷에 있는 연예인들 사진을 보여주며
앞머리를 듬성듬성하게 자르는 거란다.
평소 외모와 연예인에 관심 많은 중2짜리 인걸 알지만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그 녀석의 수학 성적이 떠올라
버럭 소리 지르며 애 엄마한테 고자질해버렸다.
혼나고 나서 기죽어 있는 딸아이를 보니 내 맘도 축 늘어져 버렸다.
" 유진아. 아빠가 미안하구나. 이리 와 보렴. "
미용가위와 숱가위를 꺼내고 신문지 두어 장을 깔고서
아까 보았던 20대 연예인을 떠 올리며 이리 자르고
또 숱가위로 앞머릴 다듬고 하여 그런대로 모양이 나왔다.
"유진아 거울 보렴"
"아빠! 메트로 미용실보다 더 잘 잘랐어요"
고맙구나. 딸아.
"유진아. 아트다~"
애 엄마도 잘 잘랐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환하게 웃던 이쁜 딸아이는 쓱쓱 그림 하나를 그려 주었다.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겨울왕국의 여주인공 같은 딸.
사춘기이자 중학교 2학년인 딸 아일 보면서 어렴풋한 그 시절,
여드럼투성이였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딸아이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