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밤의 한가운데 앉아서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
성탄절이 코앞이라 아파트 입구엔 커다란 소나무를 중심으로 따뜻한 불빛이 나무를 감아 돌며
어두운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고 낮은 나무에 장식된 점멸하는 루돌프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제 갈길 가는 불빛을 뒤에 두고 의자에 앉아서 곰곰이 돌아보았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판독해야 할 자료를 돌아보고,
아픔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먹으면 아프지 않을 거라는
암시가 담긴 작은 알약을 쥐여 주고 어깨 두드려주었다.
점심을 먹고 오전의 노곤함에 얼마나 갔는지 모를 짧은 휴식 뒤에 다시 똑같은 일들을 했다.
쳐다보지 않아도 바삐 가는 시계 덕분에 시간도 따라 흘러갔다.
조금 있으면 사라질 시간의 끝에 앉아서 내가 흘리고 온 순간들을 되짚어 보면
‘아껴 써라’ 받아온 교육들로 항상 자투리 같은 죄책감이 남았고
잠이 들고 나서야 편안해지는 날들이었다.
과연 나는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것일까?
소학(小學)의 한 구절-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충고를 하고 있다.
이 말끝을 찬찬히 읽어보고 뒤집어 보았다.
시간이 소비되고 낭비되었던 가장 큰 까닭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보는 인사이트의 문제, 내게 필요하지 않은 일,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일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할 것들 때문에 그 감정의 간극을 메우느라 시간을 헛되이 써 왔던 것이 아닐까?
한 달이 지나면 작은 나무에 장식된 루돌프는 가야 할 곳으로 가야만 되듯이
나의 삶 또한 언젠가는 그 순간을 마주칠 것이다.
그 순간이 왔을 때 나는 어떤 대답을 안고서 뒤돌아설 수 있을까?
하늘에서 보는 바다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