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아홉 시,
두고 올 것들은 책상위에 던져 놓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가방안엔 자투리 같은 하루의 시간만이 담겨 있었다.
몸이든 영혼이 되었던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풀어놓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기 조차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이 어느새 놓여 있었다.
라면 한 그릇
묵직한 가방 속,
하루가 있었다.
서운한 말, 하나를 낚아채 작은 주머니 내어주고
뾰로통한 표정, 슬그머니 손 잡아 귀퉁이에 담아서
오후 한 시
식당 구석자리, 이파리 그늘진 자리에 차곡차곡 내려놓고
한 입에 밥알 몇은 술렁술렁 넘어갔다.
주섬주섬, 널브러진 책상 위 낡은 볼펜 가방으로 밀치다
읽다 멈춘 신문, 꼬깃꼬깃 접어 한 귀퉁이로 밀치다
밤아홉 시
껌껌할 때 일을 마치면
하루
아무리 한가하게 보냈어도
몸 또는 마음
약한 녀석이 너덜너덜해져 차에 실린다.
삐. 삐. 삐빅, 덜컹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닦고 나서야
힘없이 주저앉는 하루라는 녀석.
한입에 라면 몇 가닥은 후루룩 입천장을 지나갔다.
맛있는 라면 한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