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투디투‘, ’쓰리피오’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제다이’. ‘요다’를 들으면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아들 덕분에 스타워즈 캐릭터들 이름은 어렵지 않게 외울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 모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비행기 모형들 하며 캐릭터 인형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들이 그리 이뻤다.
고3이 되는 아들이 “아빠, 이거 어때요? 톡으로 보내드릴 테니 한번 보세요”.
‘아임 유어 파더’란 대사로 유명한 다스베이더의 붉은색 광선검이었다.
공부에 소홀할까 봐 “내년 생일 때 사면 어떻겠니?” 얘기했다.
축 처져 방에 들어가는 녀석을 보니 따라 시무룩해졌다.
내가 고등학생 때 프로스펙스며 나이키 운동화가 인기를 끌었고
프로스펙스 로고가 커다랗게 붙은 큰 가방을 메는 것도 유행이었다.
중학교 테니스선수였던 같은 반 친구에게 막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던 때라
어린 마음에 나이키 테니스화를 신고 멋있게 치고 싶었다.
테니스 라켓도 어렵게 말을 꺼내서 살 수 있었는데,
테니스 신발까지 당시로는 비싼 가격이었던 그 브랜드를 사달라고 말 꺼내기가 참 어려웠다.
어머니께 우선 어렵게 말을 꺼내놓았고 그것이 아버지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작은 규모로 집 짓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게 불규칙했었고 그즈음이 아마도 조금은 어려운 시절이었지 싶다. 두세 번 조르고 나서 나는 나이키 테니스화를 신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아들 손을 들어주셨던 것 같다.
그 멋진 테니스화를 밑창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신었다.
한 번씩 그때 일을 생각하면 왜 그리 졸랐을까 하는 아린 마음이 든다.
며칠 뒤 엄마 아빠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광선검을 휘두르는 덩치 큰 아들을 보니
예전 내가 신었던 흰 테니스화가 떠올랐다.
엄마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소월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르는 밤이다.
아들의 광선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