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을 먹고 지난번 타지 못했던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로 달렸다.
한가한 평일 오후라 케이블카 한량을 혼자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 위 작은 창문으로 바람이 씽씽 지나가고 또 그 바람 때문에 많이 흔들려
맘속으로 기도를 하고서야 무사히 땅을 밟았다.
수십 번 수백 번 올랐던 정상이지만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른 건 무엇 때문일까.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
-목마와 숙녀 중, 박인환-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다
케이블가에서 내려 용화사 쪽으로 내려가면 늘 갈라진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야 한다.
그 때가 딱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타이밍이다.
지난번 내려올 땐 보지 못하였던 글귀 하나가 비석에 박혀 있었다.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이룬다.”
똑같은 물을 마셔도 뱀은 독을 만들고 소는 젖을 만드니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 그릇일까.
돌아오는 길. 충무김밥 일 인분. 오미사꿀빵에 행복하다.
경구 한 구절에 사로 잡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