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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Jan 25. 2022

전화벨 소리에 놀란 가슴

삐삐~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새벽 두 시. 이 시간에 오는 호출은 빨리 받아야 한다. 

사이가 몹시 나쁜 관계가 아니라면 중환이라는 얘기다. 

중학교 일학년 남자아이가 열나면서 경련을 하고 있다는 아랫년차의 호출이었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경련 억제제도 통하지 않고 있었다.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서둘러 처치를 하여 경련이 멈추었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중환자실로 옮겨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였다.

뇌 MRI 검사, 뇌척수액 검사를 하였고 뇌염으로 진단되었다. 

일주일 정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난 뒤 일반 병실에서 그보다 좀 더 있다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눈썹 짙고 이목구비 뚜렷한 그 아이는 한 번씩 입원하여 경련 치료를 하였고 정신과 치료도 같이 하였다. 

퇴원할 때 확인해 보니 뇌 조직의 손상이 있었다. 

그것 때문이었다. 

집에서 잘 웃고 씩씩하였던 아들이 경련을 해서 약을 먹어야 했고 

앞뒤 맞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어 엄마가 늘 붙어 있어야 했다. 

병실에서 보는 그 아이의 엄마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따금 입원하는 그 애를 볼 때마다 아픈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얼마 뒤 전문의 시험을 마치고 출근했더니 충격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몇 층 건물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뇌신경분야를 공부하였기에 뇌와 관련된 감염, 선천적인 기형을 가진 환자들을 많이 보았고 

예측 가능했던 죽음, 예상하기 힘든 죽음들이 늘 곁에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죽음만큼은 생각지도 못하였던 일이라 

감기 환자 보는 동네 의사가 된 지금도 남아있는 생생하고 아린 기억이다. 


어쩌다 밤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그 시절 옆구리 차고 다니던 삐삐나

당직실에 울리던 알람 같은 벨 소리처럼 들려 깜짝 놀라곤 했다. 

집 전화를 없애 버린 지금에야 집에서 그 소리를 들을 일이 없지만 

출근하여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 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에 놀란 생각들이 흩어지면 

아팠던 순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얘기를 쏟아 놓는다. 

그때 그 아이는 좋은 곳으로 갔을까?

벨소리에 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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