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만나다
우연히 알게 된 시집 한 권을 따라
통영시청으로 갔다.
물어물어 만난 그는 고등학교 동기였다.
1987년 치열한 민주화 투쟁의 한복판에서
한쪽 팔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바지 주머니에 숨긴 그의 왼팔,
도피 생활 끝,
다행히도 시청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는 안도의 한마디.
' 핀으로 콕 찍어 감아 돌리니
고단했을 세간이
사르르 밀려나온다,'
- 이명윤, "고둥" 中 -
그가 꺼내어 놓은 짧은 신상명세서에
나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할까,
詩人에 무어라 공감할까 하다 웃으며
"소주 한잔하자"
' 우물쭈물 신상명세서를 꺼내 놓으려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다 이건 내가 아닌데...... '
- 이명윤, " 나 혹은 낯선" 中 -
시집 속에서 만난 그의 인생이야기에
고개 끄덕이며 돌아서는 마음이
한편으론 즐겁고 또, 한편으론
표현할 수 없는 人生 그 자체였다.
이 시집에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네 개를 준다.
별점 반개는 독자들이 보태 주면 좋겠고
나머지 반개는 젊은(?) 詩人이 채워가길.
詩人에게
넌, 어떻게 그런 言語를 토해낼 수 있냐고,
넌, 어떻게 人生을 살아왔냐고,
' 니도 그런 고생을 해보면 詩가 절로 쓰일 거야 '
詩, 한편의 깜냥도 되지 않는 내 삶의 이야기.
詩가 있을 자리가 있을까.
이명윤 '수화기 속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