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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Jan 07. 2022

수화기 속의 여자

시인을 만나다

우연히 알게 된 시집 한 권을 따라

통영시청으로 갔다.

물어물어 만난 그는 고등학교 동기였다.


 1987년 치열한 민주화 투쟁의 한복판에서

 한쪽 팔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바지 주머니에 숨긴 그의 왼팔,

 도피 생활 끝,

 다행히도 시청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는 안도의 한마디.


 ' 핀으로 콕 찍어 감아 돌리니

 고단했을 세간이

 사르르 밀려나온다,'

 - 이명윤, "고둥" 中 -


그가 꺼내어 놓은 짧은 신상명세서에

나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할까,

 詩人에 무어라 공감할까 하다 웃으며

 "소주 한잔하자"


 ' 우물쭈물 신상명세서를 꺼내 놓으려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다 이건 내가 아닌데...... '

 - 이명윤, " 나 혹은 낯선" 中 -


 시집 속에서 만난 그의 인생이야기에

 고개 끄덕이며 돌아서는 마음이

 한편으론 즐겁고 또, 한편으론

 표현할 수 없는 人生 그 자체였다.


 이 시집에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네 개를 준다.

 별점 반개는 독자들이 보태 주면 좋겠고

 나머지 반개는 젊은(?) 詩人이 채워가길.


 詩人에게


 넌, 어떻게 그런 言語를 토해낼 수 있냐고,

 넌, 어떻게 人生을 살아왔냐고,

 ' 니도 그런 고생을 해보면 詩가 절로 쓰일 거야 '

 詩, 한편의 깜냥도 되지 않는 내 삶의 이야기.

 詩가 있을 자리가 있을까.



이명윤 '수화기 속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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