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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예 Sep 24. 2020

초보심으로 하는 풋살! 첫날부터 나머지반&쌍 피멍?

수요일의 f; 숲

두 엄지발가락엔 피멍이 들었다. 영광이다! 집이 언덕길 위에 있다. 그래서 뒤로 걷는다. 앞으로 걸으면 발가락이 앞으로 쏠려서 입에서 자동으로 “으악!” 소리가 난다. 누군가 보고 쟤는 왜 저렇게 걷나 생각할까봐 뒤로 걸었다, 옆으로 게처럼 걸었다, 발가락에 힘을 딱! 주고 앞으로도 걸었다.

무슨 일이냐고?

풋살을 시작했다! 나는 풋린이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배웠다 쉬었다를 반복하니 이번이 3번째 도전이다.

“꺄, 너무 재미있어! 나 삶의 활력을 찾았어!”

같이 간 친구에게 말했다. 마음속에 무언가가 끓는다. 부글부글 말고 열정이 피어오른다! 역시 한번 축덕은 영원한 축덕이다. 축구로 다시 한번 행복을 찾는다.

요즘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도 못 만나고 운동은 홈트뿐이고 페스티벌도 못 가고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었다.

“언니, 풋살 할래?”

축산아에서 친해진 친구가 물어봤다. 당연하지! 를 외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완화된 후 드디어 시작하게 됐다.

(풋살은 야외 풋살장에서 손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운동한다.)

삶의 활력까지 찾았다니, 누가 보면 대단히 잘하는 줄 알겠다. 하지만 아니다.

운동복을 챙기고 풋살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물론 오랜만에 본 풋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약간의 설렘을 주었다. 어두운 밤, 조명 켜진 풋살장은 언제나 설렌다. 저 잔디 위에 곧 내가 가겠구나.

그러다 같은 팀원 분들이 왔다. ‘포스가 남달라...’ 급하게 긴 팔 티셔츠와 긴 트레이닝복 바지를 챙겨간 나와 다르게 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 풋살하러 왔다!”를 풍기고 있었다. 괜히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집 가자마자 모든 용품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감은 역시 장비에서 오기 때문에!

몸을 풀었다. 나란히 줄을 서서 콘 위를 운동선수처럼 요리조리 뛰었다. ‘내가 체력은 약해도 자세는 참 좋은데’ 하면서 코치님의 시범을 따라 했다. 쉽지 않았다. 몸은 또 왜 이렇게 무거운지. 바로 전날까지 제주도에서 열심히 먹고 놀아서 더 무겁게 느껴졌다.

다이어트의 목표가 바뀌었다. 체중 감량, 체력 증진에서 풋살 최적화로! 뛰어보니 ‘역시 허리가 튼튼해야 해, 뱃살도 없어야 하고 몸싸움 하려면 팔 근육도 키워야겠어.’ 이런 다짐을 했다.

빙고 게임도 하고 밀어 넣는 슈팅도 했다. 갑자기 코치님이 3명을 골라냈다. 여기 계신 분, 저기 계신 분 콕콕 집어내더니 나도 뽑혔다.

느낌이 싸한데?

그렇다. 나머지반이었다. 우리에겐 매니저님이 따로 붙었다. 특별 대우죠? 그래. 처음부터 잘할 순 없어. 공 안 찬 지 정말 오래됐잖아? 따로 배우면 더 좋잖아?

옆에서 새로운 걸 알려주는데 자꾸 귀가 그곳 소리를 따라갔지만 속으로 계속 ‘괜찮아. 너무 좋아.’를 말하며 기본 슈팅부터 다시 배웠다.

파트너와 함께 발 옆면 중앙에 공을 차는 연습을 했다. 무릎은 약간 숙이고 공에 집중하며 공이 다가오면 공을 받고, 고개를 살짝 들어 상대를 바라보며 공을 건네줬다. 꽤 하는데? 싶을 때 “자, 이제 왼발로 차보세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왼발을 써본 적이 없으니 헤맸다. 몇 년 전 FC치타 때 코치님이 자꾸 발목에 힘을 주라고 했다. 윽, 요렇게? 아님 이렇게? “아니 발목에 힘을 어떻게 줘요?” 하며 발목이 아닌 얼굴에 힘을 잔뜩 줬다.

그렇게 꽤 연습을 했을 즈음, 기회가 왔다. 술래 게임이었다. “이 세 분이 차는 공은 뺏지 마세요.” 코치님이 말했다. 오! 깍두기! 못하면 바로 도태되는 이 경쟁사회에서 못해도 이해해주는 깍두기라니!

그러다 다들 비슷하게 해서 특혜 없이 동등하게 했다. 물론 선수 포스를 풍기는 분들은 비교할 수 없지! 깔깔 웃으며 하다가 미니 게임을 했다.

여기서 영광의 상처를 얻었다... 우리 팀으로 공이 오고 있었다. 골대까지 열심히 달려서 공을 막으려 한 순간! 내 발톱과 운동화 끝이 아주 강렬하게 만나! “으악!!!!!” 소리를 내게 했다.

‘이건 최소 피다.’

도저히 바로 뛸 수 없어서 골키퍼를 본다고 했고 가만히 서있어도 너무 아팠다. 역시 나이 들면 뭐든지 조심해야 하는데 또 막 달렸구나...

그렇게 첫 풋살 레슨은 끝이 났다. 언덕길에 집이 있는데 마을 버스를 타면 가장 꼭대기 언덕에서 세워준다. 그때까진 그저 발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내려가는 순간, 다시 “악!”.

팅팅 부은 발 때문에 도저히 정면으로 갈 수 없었다. 옆으로 걷다가 속도가 안 나고 여전히 아파서 뒤로 걸어봤다. 안정적인 자세를 찾았다. 그렇게 집까지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 역시나 발가락이 정말 부었다. 그런데 발이 부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아플까 생각하다. 분명히 피가 났을 거야! 하면서 보이지 않는 흔적을 찾기 위해 매니큐어를 지워봤다.

두둥. 내 인생 첫 쌍 피멍이었다. 두 엄지발가락에 선명하게 왼발은 발톱 전체, 오른발 발톱은 반 정도 피멍이 들었다. 나머지반인데 피멍까지. 아주 다사다난한 첫 수업이었다.

다음날 엄마와 통화했다. “엄마 나 축구하다가 발톱에 피멍 들었어...”

우리 엄마는 이제 별나다는 얘기도 안 하신다. 처음 축구할 땐 별나다고 얘기했지만 축덕 엄마 15년 차는 “너도 이제 운동할 때 조심해야 돼~”라고만 말하신다.

풋살이 좋은 건 풋살이어서! 축구장은 너무 크고 풋살장은 작으니 딱 좋아. (하지만 풋살이 더 많이 자주 뛰어서 더 힘들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배움의 시작을 좋아하는 내게 또 다른 시작이 와서 좋다. 기록의 쓸모를 쓴 숭님이 말했다. “초보심을 사랑해보세요.”

자꾸 조금 하다 멈추고. 왜 길게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만 많이 했다. 왜냐면, 다들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게 옳은 것처럼 얘기하니까!

하지만 쉬는 동안 난 그냥 ‘배우는 게 좋지. 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가장 좋은 거지!’의 마음으로 유화도 배우고 우쿨렐레도 배우고 캘리그라피도 배웠다. 오로지 나를 위해!

초보심을 사랑하라는 말! 내가 찾던 바로 그 문장이야! 그리고 용기를 얻었다. 토요일 밤, 행복을 느낀 이유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했다는 기분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런 거 보면 난 정말 초보심을 사랑하는 사람 같다. 초보심으로 풋살도 나를 위해 재미있게 즐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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