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정말 이상하다. 편의점에서 고된 근무를 끝마치고 퇴근한 엄마는 쉽게 잠에 들었다. 불을 켜놓고 잠드는 건 늘 있는 일이고, 내가 씻고 자라고 깨우는 일도 다수 있었다. 쉽게 잠드는데 깨는 것도 어찌나 쉽게 깨는지. 잠귀가 밝아 예민하다고 해야 할까? 편히 자라고 불을 끄는 순간 눈을 팍 떠버리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아직 자려고 한 게 아니라며 다시 일어나서는 불을 켠다. 그러다가 불을 켜고 다시 잠든 엄마의 핸드폰에는 유튜브 쇼츠 영상이 무한 재생으로 반복되곤 했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핸드폰을 엄마 손에서 슬쩍 빼내려고 하면 또 눈을 번쩍 뜨고 만다. 켜진 불과 반복되는 유튜브 소리를 배경으로 내 할 일 속에 빠져있으면 어김없이 새벽엔 엄마가 일어난다. 새벽 6시도 아닌 새벽 3시. 야행성 생활을 즐겨 하는 나에겐 엄마의 기상이 방해와 다름없다. 조용하던 새벽 시간의 고요를 전부 깨버리기 때문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새벽까지 자지 않는 나를 향해 잔소리를 퍼붓는다. 엄마는 잠을 자기는 한 건지, 나는 엄마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예민한 거라며 맞선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갇힌 우리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싸움을 끝낸다. 새벽 3시부터 엄마는 출근 준비를 한다. 출근은 7시다. 편의점에 일하러 가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엄마는 출발시간보다 한참을 먼저 일어난다. 왜 그러는 거지? 도대체 왜? 한 시간 정도만 바짝 준비해도 될 텐데... 새벽 4시. 나는 마침내 두 손으로 귀를 꽉 막고 잠에 든다.
나는 달콤한 단잠의 행복을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엄마는 늘 잠을 줄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늘 괴로웠던 일요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려는데 엄마는 상쾌한 일요일 아침을 맞아 환기하겠다며 영하 15도에 창문을 열어버린다. 내가 새벽 늦게까지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왔음에도 낮에 잠을 자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족 모임이 있는 날에는 여유 시간까지 생각해 늘 먼저 도착해야 하는 파워 J다. 편의점에 출근할 때도 늘 20분 먼저 출근해 매장을 살펴보고는 했다. 엄마, 천천히 좀 가자. 천천히. 실제로 엄마에게 MBTI 검사를 시켜보았을 때 J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어찌나 놀랐던지. P 중의 P. 우유부단하고 여유로운 성격의 나는 엄마가 늘 벅찼다.
나에게는 벅차도 엄마의 부지런은 어디서든 늘 빛을 발하곤 했다. 항상 집 안에 들어오면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된 상태로 유지가 됐었다. 어렸을 적 주말 아침마다 부지런히 끌려갔던 미술관과 박물관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전시를 구경하기 좋아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를 따라 어떤 장소에 가도 미리 먼저 가 있으면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
엄마는 어김없이 불을 켠 채 자고 있었다. 살며시 불을 껐는데 엄마는 귀신같이 일어났다. 엄마는 불안하니까 불을 끄지 말라고 했다. 일어나지 못할까 봐, 편의점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혹은 야간 알바생에게 비상 연락이라도 올까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실수를 해서 편의점 일자리를 잃는다는 건 우리 가정이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니까. 엄마는 가장의 마음으로 책임감과 불안함을 짊어진 채 단잠에 들지 못했던 거다. 50세가 넘어서 다시 가지게 된 일자리는 생각보다 귀했고 소중했다. 어렵게 가진 일자리를 다시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엄마의 부지런함이 불안함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방 불을 끈다. 엄마의 벅찬 사랑을 받으면서.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엄마가 조금 더 깊이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