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드는 시간

조급함을 버리자

by 최다온

결혼하고 내손으로 밥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압력밥솥을 사용하고 있다. 풍년압력밥솥! 몇번을 바꾼 기억이 있다.


그냥 쭉 그래와서일까 전기밥솥을 쓰지 않는다. 어떤 날은 끼니마다 밥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압력밥솥으로 밥을 해서 먹어 왔기 때문에 그 맛은 전기밥솥의 밥보다 맛있다는 걸 안다. 물론 요즘 나오는 전기밥솥은 성능이 좋아져서 거의 압력밥솥만큼이나 좋아졌다고 들었다.


가스불에 칙칙칙~ 하고 밥이 된다. 딱 10분이면 된다. 전기밥솥보다 짧다. 뜨거운 불에 밥을 하는 거여서 인지 살짝 시간을 오버해서 하면 노릇한 누룽지도 밥 아래로 생긴다.


사실 결혼 전에 엄마가 그렇게 우리 밥을 해주셨다. 아빠가 누룽지를 좋아해서 살짝 눌게 만들어서 가족의 양에 맞춰 밥을 하고 꼭 누룽지를 끓여서 후식으로 먹었다. 나도 그 맛을 안다. 아빠를 닮았는지 좋아한다.


그렇게 결혼하고 나서 나도 엄마처럼 갓지은 보슬보슬한 밥을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서 잠깐의 수고스러움을 잘 모르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밥을 할 때 중요한 건 시간도 있지만, 또 하나는 물의 양이다. 적당한 물을 넣고 적당한 시간을 익혀서 불을 끄고 나면 살짝의 차이긴 하지만 김이 알아서 스스로 빠지는 뜸 들이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바로 김을 빼고 뚜껑을 열면, 자연스럽게 김이 빠지는 동안 기다린 밥보다 덜 보슬보슬하고 물기도 남아 있다.


한 5분 정도만 그냥 두고 김이 빠진 후에 밥을 뜨면 보슬보슬하면서 더 맛있다. 잠깐의 기다림을 통해 조금 더 맛있는 밥을 만난다.


살며 얻는 지혜중 하나가 아닐까.

조금 더 빨리라는 조급함은 덜 맛있는 밥을 만나게 하듯, 일에 있어서도 그런 순간을 만난다.


잠깐의 여유를 기다림의 시간 동안 가져야 했던 순간들이 조급한 마음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걸 안다. 조급하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빨리 해결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시간이 값진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너무 서두르면 덜 익은 밥처럼 덜 익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안다.


정성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보이지 않는 그 안에서 차분히 익어가고 있을 결과를 오늘도 기다린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많은 일 앞에서 일부러 뜸 드는 시간을 가져본다. 잠깐의 그 시간이 현명한 답을 내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빨리 답을 듣고 싶어서 먼저 뚜껑을 열었던 순간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험했다.



관계를 그르치고 내 마음을 스스로 아프게 했던 경험은 조급함이 이유였다. 오들도 한 템포 쉬었다.

충분히 뜸 들이는 시간을 가졌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리란 기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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