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가 선택적 F가 되어준 날들

아들의 깊은 마음

by 최다온

천성적으로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랐고 그런 어른이 되었다. 눈물도 많고, 정도 많은 그런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 T의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나와 다른 그런 면이 좋았다. 아이들을 낳았는데, 막내 말고는 모두 T의 성향이다. 강도는 조금 다르지만 첫째와 셋째는 T가 정확하다. 둘째 아들은 그래도 나를 조금 닮아 따뜻하고 감성 있다고 생각하고 키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가 힘들어 보이는 날엔 설거지도 나와서 해주고, 밥을 차리고 있으면 곁에 나와서 숟가락을 놓거나, 밥을 푸거나 했다.


겨울이 되면 엄마가 좋아하는 붕어빵을 가슴에 품고 들어와서, 오다 주웠다며 건네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4를 보다가 엄마가 갑자기 생각났다며 전화를 하고, 친구들과 나가서 놀다가도 한 번씩 전화해서 "엄마 사랑한다~" 하고 끊는 날도 있었다.


생일날이나, 어버이날에도 그나마 길게 편지를 써주는 아이는 둘째 아들이었다.

분명 잘 표현하지 못할 뿐 아이들 마음이 그렇지는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F엄마는 그런 직접적인 표현을 기다리고 거창한 선물보다 편지나 메시지에 감동을 하고, 그런 액션이 없으면 서운한 마음에 뚱~ 하기도 했다. 어른이니까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지만 혼자서 서운함을 느끼고 속상해하곤 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랐고 첫째, 둘째 연년생 두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어느 날, 친정집 식구들과 모여서 맥주를 한잔 마시는 자리에서, 어쩌다 MBTI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 이모가 재밌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던 중에, 둘째 아들이 F라고 믿고 있던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들 앞에서 아들이 감동을 준 이야기들을 막 펼쳐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F인걸 알아서 내가 가끔 선택적 F가 되었던 거지. 나 T야! 엄마!라고 고백했다.

몰랐다 정말, 감동도 했지만 미안했다. 엄마가 어른스럽지 못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 그런 노력을 해준 아들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자신은 T인데, 아무도 엄마를 맞춰주지 않아서 그동안 엄마한테는 선택적 F로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로서 나도 가끔은 선택적 T가 되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성적인 엄마는 아마 T 아이들에겐 피곤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처음 했다. 서로에게 좋은 점을 찾아주며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그런 가족으로 우리 잘 지내었으면 좋겠단 마음에서였다.


그 후 조금씩, 가끔씩, 나도 아주 쿨한 선택적 T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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