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속도, 딸의 속도
ENFP, 요즘 흔희 말하는 MBTI, 나는 ENFP이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F성향이 T성향으로 많이 바뀌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감성이 훨씬 이성보다 앞서는 사람인 것 같다.
빠른 사람이다. 떠오른 생각을 바로 말하고, 결정도 비교적 빠른 편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몸도 바로 따라가는 성향이 강하다. 결혼을 하고 첫째 딸을 낳아 키우면서 나와 참 다른 아이가 태어났음 알았다.
딸아이는 ISTJ이다. 나와 정반대인 것이다.
사람마다 삶의 속도가 다르다. 누군가는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고, 누군가는 충분히 생각한 뒤 걸음을 내딛는다. 바로 나와 내 딸의 차이였다.
차분하고 신중한 ISTJ, 무엇이든 오래 생각하고, 확신이 생긴 뒤에야 행동한다. 이런 아이를 키우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지했을 땐 말이다. 아이의 기질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아이 자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첫째였고 딸이어서 같이 쇼핑을 다니고 싶고, 놀러 다니고 싶고, 나의 그런 마음과는 달리 아이는 에너지 충전을 안으로 하는 타입이어서 외출이나 쇼핑을 오히려 힘들어했었고, 감성적인 나와 다르게 이성적인 아이에게서 가끔은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이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기질검사를 한 적이 있다. 상담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엄마의 속도는 KTX인데, 아이의 속도는 자전거를 탄 거와 같아요. 엄마는 아이가 늦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아이는 엄마가 너무 빠르니 두려운 존재가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의 속도는 참 다르다. "왜 이렇게 느릴까?" "조금만 더 빨리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아이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런 조언을 듣고 나와 이이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했다. 혼자 있고 싶어 하면 혼자 있게 두고 조금 늦는 것 같아도 기다려 줬다.
아이는 스스로의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본인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믿어줬다. 엄마인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속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주고, 아이가 생각을 마칠 시간을 줬다.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려 주는 연습을 하며 아이를 키워왔다.
벌써 23살 대학교4학년이 되었다. 자신만의 속도를 자신만의 과제를 해내가며 생각하고 결정한다. 늘 그런 아이를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왔다. 가끔 답답함이 느껴질 때마다 숨 고르기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빠른 엄마와 느린 딸,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며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그걸로 서로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