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손을 잡아준 사람

그래서 견딜 수 있었어요.

by 최다온

친한 사람 일 수록 돈거래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을 나도 했었다. 누군가한테 돈을 빌려줄 때는 못 받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빌려주라고, 엄마도 남편도 나에게 그 말을 하곤 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길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평탄하게 살고 있어 보이는 사람도 어떤 순간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그런 순간에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준다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오래전부터 알던 언니가 있다. 서로 자주 왕래하며 지냈고, 나는 아이들 키우면서 일을 했었고, 언니는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진 집에서 아이들 케어를 했었다. 그땐 내가 좀 더 잘 번다고 생각했다. 경제활동을 했으니까


그러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언니도 아이들이 다 자라서 일을 시작했다. 알뜰한 사람이었다. 오래전부터

집에서 아이들만 키우면서 아끼고 사는 언니가, 그때는 답답해 보였다. 나름 자부심 갖는 워킹맘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 좀 어려운 일이 생겼고, 언니한테 도움을 청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혹시 거절당하면 마음이 힘들 것 같은 불안함에 말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힘들게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언니는 이유도 뭐도 묻지 않고 계좌번호 보내,라고 연락 왔다.

사실 돈을 빌려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망설이게 되는 일이다.

그걸 알아서 고마움이 너무 컸고, 큰 힘이 되었다.


언니는 말했다.

"돕고 살 수 있으면 좋지"

누구나 생각하는 돈거래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난 의미였다.


더더 고마운 건 나를 신뢰했음이다. 언제 갚을지, 묻지도 않고, 그저 그 힘든 상황만 생각해 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렇게 정말 힘든 순간에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마음으로 너무 든든했다. 그 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아주 큰 힘과 도움이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 많이 힘든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조용히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

그날 내 손을 잡아준 언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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