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c.
요즘 들어 인간은 정말 적응력이 남다른 동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처음에 대기 오염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만 밖을 다닐 수 있다고 했을 때는 불편했으나 몇 개월이 지나니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그 후에 오염이 지속되어서 더 이상 보호 장비 착용과 아디오스 말리스를 통한 정부 허가 없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했을 때도 처음 1년은 죽을 것 같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없어서? 이런 것은 아쉬운 축에 들지도 못했다. 이미 공기청정기는 필수재가 되었고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숨 쉬는 일상에는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가장 나를 괴롭히는 것은 이제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원체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하루만 혼자 있어도 극심한 외로움과 우울감에 고통스러워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 점은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처음 6개월은 아예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감정을 숨기고 연기를 하는 능력이 거의 없다 싶기 했기 때문에 누군가와 연락을 한다면 상대방이 나의 우울감을 알게 되고 상대도 같이 우울해질 뿐만 아니라 우울한 나를 겉으로는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나를 흉볼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왜 그렇게 피해망상이 심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나는 정말 힘들었고 영원히 그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당연히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 상담도 많이 받아 보기도 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도움이 되고 진료나 상담을 받기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받지 않는 날에는 다시 이 흑색의 나를 옥죄는 감정이 나를 다시 지배하곤 했었다.
이 끝이 안 보이는 무력감과 우울감에서 나를 살려줄 것이 필요했고 그때 마침 우연히 접한 것이 바로 라이브 방송이었다. Adios Malice 에서 라이브 방송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 그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꽤나 재미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도대체 어떻길래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나도 한번 시도를 해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그냥 내가 아끼는 것들을 소개하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았다. 사이사이에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조금씩 곁들이면서. 신기하게도 조금씩 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은 방송을 보면서 동시에 반응을 남겼다. 이런 반응들을 읽다 보니 재미있었고 또 무엇보다 방송을 하면서 반응을 읽는, 일종의 멀티 태스킹을 하다 보니 지루할 틈도 없었고 부정적인 감정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 겨를도 없었다. 나만의 우울 터널 탈출 방법을 찾은 것이었다.
점차 방송을 하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과 동시에 나와 비슷한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얻는 반응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나에게 반응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반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간신히 외로움에서 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렇게 힘들게 찾은 탈출구마저 잃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좀 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화려한, 사람들이 흔히 갖지 못하는 물건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니 다시 반응을 보내주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을 발견한 후로부터는 계속해서 화려해 보이고 풍족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로 방송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