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7: 시선 a.

시선 a.

by 다온

20XX. 08. XX.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지구에 돌아온지도 한달이 되어간다. 돌아온 지구의 모습은 익숙한 듯 낯설었다. 아디오스에서 폭로한 후 빠르게 반발이 일어났다가 사그라든 ODT 사기 사건은 피해당사자인 우리가 우주에서 돌아오면서 다시 제기되어서, 사회적으로 큰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나는 지구에 돌아와서 살던 집, 다니던 직장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변한 건 별로 없다. 하지만 변화가 있다면 나의 삶의 태도 정도? 주변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기로 했다. 몇달간 우주 미아가 되어보니 호되게 깨달았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는 생물은 혼자 두어서는 안된다. 위험해져. 만약 내가 우주에 혼자 있다 그대로 지구로 돌아왔다면 아마 건물 기둥 하나는 부쉈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H2P 에서 만난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중이다. 하지만 J 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와 대화한 것은 내가 아직 우주에 있을 때였으니. J 는 우주에 남아 아직 어딘가에 흩어져 혼자 울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더 모을거라 했다. 이후 나도, 그도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 J 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했다. 뭘까. 신기루였나. 사실 몇달 간의 여정이 너무 꿈만 같아 가끔은 내가 줄곧 지구에 있었고, 이 모든 일들이 다 길고도 긴 어느 밤의 뒤숭숭한 꿈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닌가, 할 때가 있다. 아직도 습관적으로 볼을 꼬집어보고, 팽이를 돌려본다. (어느 고전 영화에서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위해 팽이를 돌린다더라)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지만 볼은 얼얼하고 팽이는 멈춘다. 이게 현실임을 인정하고 사는 수 밖에.


어제는 아디오스에서 진행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사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가 발악해봤자 ODT가 안 보면 그만이니까, 뭔 소용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시위를 진행하는 책임자가 우주는 커녕 집 밖에도 나가본 적 없는, 입만 잘 놀리는 아디오스 유명인사 나부랭이였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안 들었다. 내 눈에는 그저 이 사건을 가지고 힘을 얻어보려는 발악에 지나지 않던데,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건지 의아하다. 그냥 H2P 친구가 같이 하자고 끌어들이길래 했다. 재밌는건 내가 참여한 다음 타임에는 유명인사들이 사회적 이슈를 등에 업고 유명세를 넓히려는 수작이라는 시위를 하더라. 저기, 그 시위 진행하시는 분, 너도 똑같은 입장 되는 거 아니니… 모르겠다. 여전히 지구는 혼란하다. 그래도 집에 온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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