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b.
그 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두 달 전 다시 가입한 Adios는, 지구의 상황과 관련한 폭로로 지금까지도 시끄러운 상태였다. 그게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여전히 꼬리를 물고 Adios, Citron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더욱더 지구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상한 이유였다. 그 폭로를 시작한 어떤 지구인에게, 새삼 감사했다.
7월 중순쯤, J의 안내에 따라 우주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물을 처음 만난 돌고래처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다녔다.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내 말에 반응해주는 상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주의 공허를 모두 짭짤한 맛으로 채울 만큼 강렬했다.
그때는 이미 J의 지휘 아래, 지구로의 1차 복귀가 이루어진 때였다. 그래서 J는 더 대담했고 덩달아 우리까지 용기 넘쳤다. 나는 2차 복귀단에 들어갔다. J는 남겠다고 했다. 왜? 아직 흩어져 혼자 울고 있을 사람들을 모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바라본 J의 얼굴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날 밤에 조금 울었다.
지구로 향하던 순간을 다시 생각하자니, 마음이 요동친다.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표류 인류가 되었다가, 망가진 고향으로 굳세게 돌아가는 인류. 멍청한 건지 지조 있는 건지 아름다운 건지 알 수 없다. 지구가 보였다. 떠날 때보다 조금 더 파래진 것 같다. 정말 좀 파란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수치들을 점검한다.
한 8개월 만에 느낀 중력에, 우주선에서 기어 나왔다. 순간 공기 생각이 났다. 아무도 바깥에 돌아다닐 수 없었던 지구였는데. 정말 바보 같겠지만 이런 걸 까먹을 수 있었다. 까먹었다. 정말 까먹었다.
열리는 문을 엎드려 지켜보다가, 까먹었던 것을 떠올렸고 다시 닫기에는 늦은 때였다. 그래도 지구에 와서 지구 땅은 만져보고 죽어야지. 지구 표면에 온몸을 누이고 죽어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구의 공기가 열린 문으로 들이쳤다.
모래 맛이 조금 났다. 그렇지만 조금뿐이었다. 지구의 첫 바람은 맵지 않았다. 눈이 시릴 만큼 시원하고 간이 적당했다. 무슨 어묵 국물 맛 같았다. 어이없는 비유겠지만 일기장이니까 이런 비유도 쓰는데, 정말 어묵 국물 맛 같았다. 지구가 망하기 전 포장마차에서 팔던.
서걱한 흙바닥에 손바닥이 닿았다. 까끌한 모래알들의 질감에 서둘러 두 다리까지 우주선에서 끌어냈다. 착륙한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꽤 건조한 곳이었다. 짙은 모래에 저 멀리는 푸른 산이 보였다. 아, 파란 산이었다. 그리고 갈색 모래였다. 코를 바닥에 박고 냄새를 맡았다. 우주의 냄새가 났지만 지구의 냄새가 훨씬 짙었다. 양손에 남은 힘으로 모래알을 최대한 꽉 쥐었다.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그 감촉이 지구에서 나를 기다리던 사람 같았다. 설령 그것들이 전부였다 해도,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라기보다는 사람의 움직임이 만드는 부산스러움. 두 팔로 몸을 지탱해보려 했다. 두 팔의 힘으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크게 휘청였다.
사람들이었다. 손을 흔들고 싶었다. 한쪽 팔을 조심스럽게 들어보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이만큼, 다시 왼쪽으로 그것의 두 배만큼 움직였다. 지나가는 공기가 간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