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온 Dec 12. 2019

#12. 전기 내선전공

노가다 다이어리

3년 만에 다시 잡은 '펜치 [펜치]'는 늘 사용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전선의 피복을 벗기는 일과 그 이외의 전기작업이 숨 쉬듯 진행이 된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지 하는 생각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몸이 흘러가는 데로 맡겨주면 일은 알아서 진행이 된다. 속이다 후련하다.


나는 항상 무슨 일을 하든 '인복'이 타고났다. 항상 좋은 사수들을 만나서 정말 빠르게 숙련 속도가 올라가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언제나 궁금증 투성이인 성향도 한 몫하는 듯하다. 새로운 것에 궁금증과 배움에 대한 열망이 항상 가득하기에 같은 시간을 갖고 업무를 진행해도 늘 관심 갖고 배우고자 달려든 결과이지 않을까? 


다른 여러 가지 공정을 직접 해보며 전기는 다른 공정에 비해서 덜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엄청 무거운 걸 들 일도 없고, 위험한 공구들도 비교적 적게 다루는 편이다. 살아 있는 전기만 만지지 않는다면 나름 안전한 공정이다. 일 배울 때는 고공작업이 꽤나 많았고, 안전장치가 지금처럼 마련돼 있지 않아서 다소 위험했지만 요즘은 뭐든 안전하게 작업하니 안전사항도 해결되는 듯하다.


2일 차의 작업은 실외 공정이 아닌 나름 실내 공정. 제주도에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나눠서 모아두는 곳을 '클린하우스'라고 부르는데, 이 곳을 신축하는 작업이다. 오랜만에 타공, 배관, 배선을 진행한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어~자' 소리와 함께 요비선을 당기고 넣어준다.


전기를 처음 배울 때 피복 벗기는 일부터 시작해서 그다음은 전선을 엮는(조인)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기본 중에 기본이라 정말 잘 배워야 평생 써먹게 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사수들이 많아서 조인 방법만 3가지를 배웠다. 지금은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조인을 항상 하면서 도대체 이걸 왜 이렇게 하는지 답답했었다. 그냥 연결잭에 꽂으면 안 되나? 이런 부속이 없나? 


세상에.. 전기 일하면서 제주에서 이런 부속을 처음 보고 사용해볼 줄이야. 선을 조인할 필요가 없다. 그저 부속에 꼽기만 하면 조인이 끝난다. 하자가 발생할 확률도 낮다. 추후에 보수하기도 편하다. 다만 부속당 단가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뿐.


보통 내선전공들이 하는 일들은 이렇듯 중량감 있는 일들이 아니다. 단순, 반복되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다만 타 공정에 비해서 사용하는 자재들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하나하나 마스터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오늘 하루는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다. 자꾸 전기만하고 싶네.


매거진의 이전글 #11. 전기 내선전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