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 아래, 아빠를 보내던 날

어쩌면 오래전부터 쓰여져 있던 이야기.

by 다온홍쌤

프롤로그

쌍무지개 아래, 아빠를 보내던 날


나는 한남동 로터리, 작은 모퉁이에 자리 잡은 새서울약국집 고명딸로 자랐습니다.
그 약국은 우리 집이자 세상이었고, 아빠는 그 세계의 중심이었어요.
하얀 가운을 입고 약을 조제하던 그 뒷모습은 어릴 적 내게 의사보다 더 큰 영웅 같았고,
세상의 어떤 인물보다도 존경스러웠죠.

세상이 무서워질 때마다 나는 약국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아빠 뒤에 조용히 숨곤 했습니다.
아빠는 말없이 가만히 웃어주었어요.
그 웃음이 나를 감싸는 우산이었고, 그 침묵이 나를 믿어주는 울타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우산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떠나셨어요.
나는 아빠를 보내드리는 날, 그분이 좋아하던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하늘은 흐렸고, 내 마음엔 말로 다 할 수 없는 허공과 공백이 있었습니다.

작은 함에 담긴 아빠의 유골, 그 손끝에 남은 온기를 붙잡듯 조심스레 안고 나는 물가에 섰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 말 없이, 한 줌씩…
아빠를 흩뿌렸습니다.

바람도 멈춘 듯했고, 물결도 조용히 받아들였고, 나는 그 자리에 작고 깊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하늘을 여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 사이로 두 개의 무지개,
쌍무지개가 고요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한 줄도 아니고, 두 줄.
그 빛은 말없이 내게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의 아버지는 내 품에 있고, 너는 이제 내 손안에 있다."

그 순간 나는 울음을 멈췄습니다.
슬픔은 여전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따뜻한 무언가가 번져갔습니다.

그 쌍무지개는 아빠의 작별 인사였고, 하나님의 동행의 약속이었습니다.

아빠는 비로소 돌아가셨지만,
나는 그날 하나님의 품에서 다시 태어난 듯했습니다.
이제 나는 압니다.
세상을 떠난 아빠는 하늘 아래 어딘가가 아닌, 하나님 안에 계시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분의 우산 아래, 다시 걷고 있다는 걸요.

이 책은 그 쌍무지개 아래에서 슬픔을 지나 빛을 향해 걸어온 한남동 새서울약국집 딸의 이야기입니다.

당신도 세상의 비바람 속에 혼자 서 있다면—
부디, 이 이야기가 당신 마음 위로 하늘의 우산이 되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