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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자, 같이

일본 - 오사카(Osaka)

by 다온


직장생활 첫 몇 년이 지난 후 저는 남매 여행을 떠났습니다.

처음이었는데요,

예상대로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하겠다 싶었는데

정말 인생에 딱 한 번 있는 기회였어요.

저흰 그때 모두, 인생에 부여되는 책임감이 최소인 시기였거든요.

나이가 커져갈수록 책임질 일은 불어만가고 거대해지니

이후로는 아예 꿈조차 꾸지 않았죠.

딱 우리끼리 그런 여행을 떠나기란,

앞으로도 영원히 임파서블일 게 확실합니다.

인생은 원웨이 티켓이 맞네요.

무슨 일이든 마음이 끌리는 때를 놓쳐선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이미 배낭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저는

아직 한 번도 그런 걸 안해본 동생들을 위해

시간이나 비용이나 난이도면에서 부담이 없는 오사카와 교토를 택했어요.


도톤보리의 상징, 쿠리코 러너가 캐치 프레이즈처럼 가장 선명히 남네요.

1935년부터 이 자리에서 뛰고 있다는 글리코상입니다.

가만있자, 이 캐릭터가 처음 세워진 때 우리나라는 어땠나 보니

음.. 여기서 인증샷이나 찍고 있을 상황이 아닌 걸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죠.

그러나 현재에서,

또 지금에 과거와 내일을 연결 지어보는 것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도 있을 테니

색안경은 벗어두기로 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지 자체가 준 인상은 크게 없어요.

취향이 아닌 건지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인지

시끄러워서인지

기대가 컸는지

이유를 단언하긴 곤란해요.


그래도 그 어떤 여행보다 아름답게 추억되는 곳입니다.

그건, 우리가 함께한 그 일분일초 때문이에요.

길에서, 마트에서, 시장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관광지에서

우리는 참 즐거웠습니다.

'가족이 최고', '어릴 때가 좋았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건 복이겠지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살면서 알게 되었거든요.


쉬지 않고 새나오던 그때 그 웃음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우리에게서 뿜어져 나온 그때 그 온기가 지금까지도 제 마음을 따스히 감싸주는군요.


Life goes on.

멈출 수 없는 심장박동처럼

우리의 인생 달리기도 쉼이 없습니다.

정교한 속도조절이 관건이겠죠.

메트로놈처럼 박자도 세주고

탬버린으로 리듬도 맞춰줄 이가 있다면 수월하겠어요.

오늘까지도 거기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사랑하는 남매여,

그대들이 활짝 행복하길 늘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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