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의 쇼핑몰과 마트 브랜드 소개
기본적으로 보츠와나의 소매점들은 쇼핑단지 안에 입점 되어 있는 구조로 우리의 아울렛 형태이다. 그래서 쇼핑몰에 들어가면 여러 종류의 가게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고, 여기에는 마트도 최소 두 개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마트의 형태는 우리나라와 같은데, 다만 술을 팔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대신 해당 마트 옆에 술을 판매하는 별도의 매장, 즉 Liquor Shop을 따로 운영한다. 사람들 먹고 사는 것이야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마는, 적어도 남아프리카 내에서는 마트 프랜차이즈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어 문화의 공유 범위가 그만큼 넓었다. 우리 동네에는 작은 규모의 마트가 네 종류 있었지만, 수도 가보로네에는 국내외 소매점 체인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주로 수도에서 장을 보는 나는 쇼핑몰들을 두루 다니며 모두 이용해보았다.
보츠와나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마트는 SPAR(스파)와 CHOPPIES(초피스)였다. 스파는 네덜란드의 다국적 기업으로 남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하고, 초피스는 옆 나라 잠비아와 짐바브웨에도 진출한 보츠와나 기업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상품의 질과 분위기도 더 로컬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들은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일반 매장보다 훨씬 큰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고 이를 이름으로 구분하는데, 시골인 우리 동네에 SPAR와 CHOPPIES SUPERSTORE가 있다면 수도엔 SUPERSPAR와 CHOPPIES HYPER가 있었고 둘의 수준은 과연 매장 크기나 물건의 수준은 확연히 달랐다. 국내 기업으로 PAYLESS(페이리스)와 Sefalana(세팔라나)도 있는데, 전자는 오래된 쇼핑몰인 Main Mall과 BBS mall에서만 봤고 후자는 우리 동네에도 있었다.
보츠와나가 남아공 의존 경제인만큼 남아공 기업들의 장악력이 높은데 그중 나의 1순위 브랜드는 WOOLWORTHSFOOD(울월스푸드)였다. Woolworths는 간단히 Woolies(울리스)라고도 부르는 남아공의 고급 브랜드로,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퀄리티가 높아 외국인들이 좋아했고 식재료는 이름 끝에 FOOD가 붙은 매장에서만 판매했다. 보츠와나에 울리스 매장이 몇 개없는데, 그중에서도 울월스푸드 매장은 수도에 딱 네 개뿐이었다. 남아공 매장에 비해 입고된 물건의 종류나 수량이 턱없이 빈약하나 타브랜드와의 차별성이 분명하므로 내 발길도 항상 여기로 향했다. 이외에도 남아공 회사들이 여럿 있는데 먼저, 파견 교사들이 첫 살림을 장만했던 GAME(게임)이 있다. 여기서는 마트 중 유일하게 전자 기기, 생활 용품, 운동 기구까지 팔았다. 남아공에서 두 번째로 큰 슈퍼마켓 체인인 Pick n Pay(픽앤페이)는 소량으로 포장된 질 좋은 야채와 과일이 많고 타마트에 비해 베이커리가 풍성했다. 아프리카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SHOPRITE(샵라이트)는 자회사로 CHECKERS와 Usave도 있는데, 수도에 매장이 하나 있는 체커스는 좋은 물건과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고 유세이브는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선불 전기를 팔던 마트였다.
이외에 쇼핑몰이 아닌 자체적인 공간을 쓰는 소매점들도 있었다. 야채와 과일이 풍부해서 내 눈을 가장 반짝거리게 했던 SQUARE MART(스퀘어마트)는 법원, 행정기관, 고급 건물들이 즐비한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지역에 있고, Tuck Shop(턱샵)은 집들 사이에 있는 컨테이너 하나짜리 구멍가게로 사람들이 멀리 있는 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식빵 한 덩이, 사탕 한 개, 소분된 과자 한 봉지 등 필요한 식재료나 생필품을 그때그때 소량씩 구입할 수 있어 사람들이 자주 이용했다.
가보로네의 전체적인 상권을 들여다볼까.
가보로네에는 재래시장 느낌이 강한 오래된 쇼핑몰이 세 개 있는데, 새로 생긴 깔끔하고 규모가 큰 쇼핑몰들에게 옛날의 명성은 다 넘어갔지만,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전통’시장의 성격인 것 같다. 가장 먼저 생긴 곳은 MAIN MALL로 보츠와나의 독립을 준비하던 1963년에 형성되었고, 맞은편에는 현재 국회의사당이 있다.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수도의 랜드마크로 가이드북에 소개되는 곳이고, 좁은 공간에 줄지어 있는 노점에서는 주로 옷을 팔았다. 다음으로 생긴 것이 AFRICAN MALL이고, 세 번째는 BBS Mall로 식료품 노점이 많아 가장 시장 분위기가 났다.
중국인 상업단지도 영향력이 컸다. 중국인들의 거주지와 사업체는 가보로네 북쪽에 밀집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쇼핑몰로 Oriental Plaza(오리엔탈플라자)가 있고 사람들은 여기서 각종 공산품을 싸게 살 수 있다. 여기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식료품점 세 개가 일직선상에 있었다. 그중 단독 건물에 규모가 가장 큰 소공식품점(小孔食品店)은 중국에서 직접 컨테이너를 들여와서 물건의 종류가 가장 많고, 한국 가공 식품도 있었다. 아프리카 내륙 한 가운데 어두운 건물 구석에서 ‘새콤달콤’을 마주했을 때의 희열을 그대는 짐작할 수 있겠는가. 두 번째 가게는 Nice Place Bazaar(好地方)라는 단지 내에 있는데 물건의 종류는 적지만 가장 깔끔해서 나는 여기만 이용했다. 세 번째 가게는 사무실이 모여 있는 작은 단지 안에 있고, 규모는 두 번째와 비슷했다.
우리가 ‘쇼핑몰’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대형 쇼핑단지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점차 확장되었듯 가보로네 주변 지역에서도 개발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쇼핑몰의 숫자도 하나둘 증가하는데 현재 가보로네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쇼핑몰은 AIRPORT JUNCTION(에어포트 정션)이다. 여기에는 레스토랑, 카페, 고급 피트니스센터, 서점, 토니저러스 등 도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상점들이 가득해 내가 사는 시골과는 지나치게 간극이 컸다. 이에 버금가는 규모로 GAME CITY(게임시티)가 있고, 한인교회 근처라 자주 갔던 RIVERWALK(리버워크), 시외버스터미널과 연결되어 있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RAILPARK(레일파크), 가보로네 최고 부촌 Phakalane에 있어 백인 손님들이 많은 MOWANA PARK(모와나파크), 에어포트 정션 옆에 있어 상권은 약하나 울월스푸드가 있은 SEBELE(세벨레), 인도계 손님들이 많은 WESTGATE(웨스트게이트), 큰 사거리에 있는 MOLAPO CROSSING(몰라포 크로씽) 등도 사람들의 일상을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채워준 공간이었다.
쇼핑몰에 가는 것은 장보기, 걷기 운동, 시간 때우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고의 액티비티였다. 시원하고 안전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유일한 실내가 내겐 쇼핑몰이었기 때문에 나는 유산소 운동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내부를 왔다 갔다 걸어 다니며 구경을 했다. 장볼 때도 쇼핑몰 안에 있는 두 개 이상의 마트를 다 돌아보고 가격과 질을 비교한 후에 물건을 샀고, 어떤 가게가 깨끗해 보이면 딱히 필요한 물건이 없어도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둘러보다가 좋은 게 있으면 사 오고 아니면 그냥 나왔다. 시간은 많고, 갈 데는 없고, 운동은 해야 하고, 먹는 건 중요하니 저절로 그런 패턴이 생긴 것이다. 그 때는 그게 내 나름으로 최대한의 살 방도였지만, 돌아보니 한량도 그런 한량이 없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