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되기 전에, 오늘을 붙잡고 싶었다

또, 과거가 되어버릴까 봐

by 조각 위의 다온

요즘 나는, 하루를 붙잡는 데도 꽤 오래 걸린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데

이삼일이 걸리는 날이 많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늘은 어제가 되고

어제는 며칠 전이 되어 있다.


처음엔, 안에 더 담을 곳이 없다며

삐죽 튀어나온 마음이 자꾸만 나를 찔렀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 그 마음들을, 마주 보려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은 피해도 따라붙었다.

모른 척 지나쳐도

어디선가 슬쩍, 나를 잡아끌었다.


멀쩡히 걷고 있던 길 위에서

갑자기 발이 휘청이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위에 넘어지고 나서야

그 안이 곪아 있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하루가 지나면, 기억은 금세 흐릿해진다.

그래서 오늘을 붙잡고 싶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적느라 바빴다.


그런데 그 사이,

묻혀 있던 과거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나 좀 봐줄 거지?"


슬며시 나를 건드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스르르 사라지는 과거.


아마 과거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오늘이 또,

과거가 되어버릴 거라는 걸.

작가의 이전글[상담#3-5] 감정을 꺼내고 싶었던 나, 눌러왔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