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라는 감정을 비로소 알게 된 순간
채용공고에서 그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일에 몰입했던 경험이 있나요?'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리고 그 답을, 처음으로 찾은 것 같다.
공부에 집중해 본 적이 있다.
일에 책임감을 갖고 해낸 적도 있었다.
성실하게 해 왔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몰입'이었을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누가 보지 않아도,
그냥 내가 좋아서 멈추지 못했던 경험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런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번에, 글을 쓰며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꼈다.
하나의 문장을 붙잡고 몇 시간을 맴돌기도 하고,
감정 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수십 번 고쳐보기도 했다.
마침표 하나에도 마음이 머물던 시간들.
시간도, 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밤이 깊은 줄도 모른 채
내 안의 마음을 꺼내
조심스럽게 문장으로 옮기던 시간들.
하루 종일 앉아 글을 쓰다 보니
목뼈가 뻐근하고, 어깨와 허리까지 다 아팠다.
몸은 분명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아픈 줄도 모르고 앉아 있었던 그 몰입이,
나한텐 낯설고, 또 좋았다.
내 감정이 말이 되는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내가 '진짜 나'로 머물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줬다.
그래서 그 질문에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네, 이번 글쓰기가 저에게는 그런 몰입의 경험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몰랐고,
몰입이 뭔지도 모르던 시간들 끝에
처음으로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감정들.
아직은 다 찾지 못한 채 떠 있는 마음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