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게 자리를 내주기로 한 날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렸다.
아픔만 말하는 건 아닐까,
읽는 사람에게도 무거운 마음을 전하게 되는 건 아닐까.
괜찮아 보이는 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았다.
밝은 문장, 편한 결말,
그래야 나도, 누군가도 마음이 덜 복잡할 테니까.
하지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안의 감정이가 조용히 물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를 또 묻는 거야?"
그 물음 앞에서 나는 멈췄다.
감정을 꺼내려 한 글이,
또다시 감정을 덮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느샌가 내 글을 보니
'덜 어두운 문장', '조금은 괜찮은 척'으로
감정이 포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는,
겨우 열린 입을 막으려는 나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그 목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글 안에서만이라도
참고 있던 말들을 꺼내주기로 했다.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고,
가린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아픔을 말하는 나도,
앞을 보려 애쓰는 나도,
그냥 그때그때의 '나'일 뿐이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마음은 오르내리고,
나도 그 안에서
조금씩 변해간다.
그래서 지금은,
그 순간의 나를
그 순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