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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07. 2019

보수는 무능해서 진보는 부패해서

“보수는 무능해서 망하고 진보는 부패해서 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반대 아닌가? 둘다 부패하고 무능하면 망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누구나, 어떤 조직이나 부족하고 연약한 부분이 있다. 분명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성장과 성공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만 약점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강점을 잃어버릴 때, 자신만이 가진 빛을 잃어버릴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닐까 한다. 흔히 약점을 극복하라고 말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왜일까? 약점은 개인이나 조직의 한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점에 집착하다가 패배감만 맛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강점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키고 집중하는 것이 휠씬 중요하다.


코카콜라가 한 때 "뉴코크"라는 신제품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 2인자였던 펩시는 1인자 자리를 도전해 왔고, 그 기세가 대단했다. 특히 "펩시 챌린지"라는 시음대결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컵에 담긴 두 회사 제품을 마시고 승자를 가리는 경기에서 펩시가 압도적 승리를 쟁취했다. 심지어 코카콜라 매니아마저도 펩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코카콜라는 100년 동안 유지해 왔던 맛을 개선했다. 준비기간 2년, 개발비용 400만달러, 20만회의 테스트를 걸쳐, "뉴코크"를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3개월만에 "뉴코크"는 판매중지됐다. 왜일까? 코카콜라가 가진 본래의 맛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이전 맛을 지닌 코카콜라를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판매량은 상승하고, 코카콜라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코크"는 원래 코카콜라가 가진 맛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일깨워줌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진 것이다.


얼마 전 막걸리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술집에서 파는 점심이니까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그릇도 깔끔하고, 반찬도 정결하고, 맛도 있었다. 학창시절 점심에 라면이나 계란말이, 간단한 찌게류를 시켜 먹던 막걸리집과는 많은 면에서 달랐다. 아마도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겨냥한 것 같다.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의 사람들은 옛 것이 그립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추억이 없는데 굳이 옛것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막걸리 맛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걸리 특유의 맛이 날까?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막걸리의 맛까지 변했다면, 막걸리집이 주는 정감마저 사라졌다면 우리는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본질을 지켜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럼 왜 본질을 강조할까? 아마도 본질에 집중하는 것은 옳은(right) 일이며, 동시에 좋은(good)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버려지는 것처럼, 본질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조금씩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부족하고 연약한 점이 많지만, 본질을 붙잡고 걸어갈 때 더디더라도 조금씩 자라갈 것이다. 내가 붙잡야 할 본질이, 나만의 특징과 강점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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