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쿠아맨>을 통해 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예전에 "아쿠아맨"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습니다. 대부분의 액션 히어로물이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고난과 역경, 극복, 해피엔딩이라는 기본적인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아서로, 바다세계를 다스리는 아틀란티스의 여왕과 육지세계의 등대지기 사이에서 태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공주를 포기 못한 아틀란티스에서 병사를 보내게 되고, 공주는 남편과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아틀란티스로 돌아가게 되고 주인공 아서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됩니다.
바다세계와 육지세계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는 두 세계 모두의 특징을 물려받은 독특한 인물(특별한 능력을 가진)로 성장하게 됩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바다세계와 육지세계가 갈등을 빚게 되고 두 세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데, 아서가 이를 막기 위해 바다세계인 아틀란티스에 가서 왕이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바다세계는 이미 그의 동생이 다스리고 있고, 그를 이기고 왕위에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서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그가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육지세계에서는 이상한 사람으로, 자부심이 강한 바다세계에서는 혼혈이라는 무시를 당하게 됩니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 아서는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도 없고, 바다세계 사람들이 자신을 왕으로 인정도 하지 않는다며 낙심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그의 조력자인 벨라가 이런 말을 합니다. "능력이 없다고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고요. 그래서 자격이 있는 거예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기에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회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주변인(Marginal Pers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가장자리 인생, 변두리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서로 다른 두 문화권에 살면서 어느 문화에도 동화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 사람들처럼 사는 것도 아니고, 하늘나라 시민이지만 하늘나라에서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주변인으로 살다 보니, 쉽게 상처받고 휘둘릴 때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세상을 아주 지혜롭게 사는 사람들을 볼 때 나 자신은 무언가 모자라는 것같이 느껴지고, 세상 사람들에 비해 자신은 왠지 뒤처지는 것같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열등감에도 빠지고 자꾸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현실일지 모릅니다. 다만 주변인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자격이 있을지 모릅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고 상처받고 살아가야 할 때가 많지만, 그래서 세상의 빛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