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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답답한 세상에 답하다

by 양승언

최근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았다. 이 시리즈는 100명의 요리사들이 출연해 요리 경쟁을 펼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백수저와 흑수저로 구분되는 유명한,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요리사들이 나와서 경쟁을 펼친다. 이 시리즈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시리즈가 인기를 끈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공정성"이다.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부제목에, 백수저와 흑수저라는 계급(?)까지 구분했는데, 정작 심사할 때는 심사 위원이 눈을 가리고 오직 맛으로만 평가를 내렸다. 해당 요리를 만든 요리사가 얼마나 유명한 지, 어떤 경력이 있는지, 심지어 요리를 어떻게 꾸몄는지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런 "공정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시리즈에 더욱 몰입하도록 이끌었다.

어느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그동안 다양한 축구감독을 만났는데, 감독들 중에는 좋은 감독, 부족한 감독, 나쁜 감독이 있었다고 한다. 실력으로나 리더십으로나 모든 면에서 뛰어난 감독이 있는 반면, 열심히 하지만 부족함이 느껴지는 감독도 있고, 어떤 감독은 정말 나쁜 감독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경험해 보니까 나쁜 감독이 오히려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축구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현실일 것이다. 그만큼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공정이라는 가치에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흑백요리사의 최종 우승은 흑수저로 구분된 이탈리안 요리사가 차지했다. 그는 우승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거의 즐기는 것이 없이 주방이랑 집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다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앞으로도 이렇게 답답하게 살아야 되나? 요리만 하면서 사는 게 맞나 싶어서 이 대회를 나왔는데, 지금 이렇게 우승을 하고 나니까 10년동안 그렇게 살았던 것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계속 요리사답게 집과 주방만 왕복하는 그런 요리사가 되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이 시리즈의 결말과 다르다. 비록 이 시리즈가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현실은 매일같이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을 주목하지도 빛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여전히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닐까 한다. 매일 같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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