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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15. 2019

천재를 만났을 때

우리나라 만화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알려진 이현세 씨라는 만화작가가 있다. 그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실패자들의 재기 드라마를 통해 각박했던 현실을 살아가던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현세 씨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만화를 잘 그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재능도 있었고, 실제로 만화가로 남들보다 빨리 등단도 하게 된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소리는 새벽 종소리로, 밤새 작업에 몰두하다가 새벽에 저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에게는 동료 작가가 한 명 있었는데, 이 동료작가는 매일 같이 술 마시고 놀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술 마시고 놀던 그 친구가 몇 시간 만에 뚝딱 그려낸 만화가 이현세씨가 며칠 밤을 새워서 그린 것보다 더 나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친구를 보면 열등감에 빠지게 되었고, 자신은 만화가로서 소질이 없다는 생각에 그만 둘 뻔도 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선배 만화가가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 거야"는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고, 다시 만화가가 길을 걸어 우리가 알고 있는 이현세라는 만화작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현세 씨는 글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반드시 천재를 만나게 됩니다. 천재를 만났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떠나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장은 천재가 앞서가는 것 같지만, 어느 날 신의 영역에 부딪혀 주저 앉아 포기한 천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성실하지 않는 재능은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능력의 차이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성실히 자신만의 길을 걷다 보면 자신이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대학교수는 취직을 앞둔 학생들이 자신을 찾아오면, "경제적 유익이라고 요소를 제거하고,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라"고 조언을 한다고 한다. 이런 조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점점 더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어떤 분야든지 10년만 꾸준히 한다면,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유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대표적인 예가 쉐프일 것이다. 결국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경제적 유익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비교의식이 아닐까 한다. 잘못된 비교의식으로 인해,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쓸데없이 실망하고 좌절하며,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자신만의 길을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는 힘일 것이다. 결국 인생은 엉덩이로 그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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