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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16. 2019

때로는 자기연민도 필요하다

성적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우리 눈에 무엇이 들어오는 것이 무엇일까? 보통은 잘한 과목 보다는 못한 과목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실제로 자녀의 성적표를 받고 "왜 이 과목은 성적이 낮어."라고 말하자, "아빠는 잘 한 과목은 안 보여?"라는 답을 듣고 머쓱해졌던 기억이 있다. 노력을 통해 이룬 성과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먼저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이 과목만 잘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끼며, "조금만 더"라는 말로 다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행복학을 가르치는 에마 세팔라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해피니스 트랙>에서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가진 안타까운 문제점 하나를 지적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부족한 부분을 더 크게 생각하도록 교육 받고, 심지어 자신에게 엄격한 것을 자랑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자기 비판자"가 되어, 자신을 몸도 마음도 다 타버린 "번 아웃 상태"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더 성장하고 더 행복해 지기 위해 자신에게 내리쳤던 채찍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완전히 멈추게 만드는 것이다.


세팔라 교수는 성장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압박하는 "자기 비판"이 아니라, "자기 연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연민"이란 힘든 일을 겪는 친구에게 진심 어린 격려의 말을 전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괜찮아, 다음에는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다. 실제로 실패의 순간 자기 비판이 아니라 자기 연민을 실천하도록 한 결과,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결과적으로 12%나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살다 보면 실수와 실패, 좌절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분명 자신의 모습을 정직히 돌아보며 고칠 줄 아는 자기성찰과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자기성찰과 반성은 성숙과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다만 넘어지고 쓰러졌을 때, 그 순간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어떤 평가나 대안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일지 모른다.


<아빠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남다른 자녀 양육법을 가진 아빠들의 이야기가 소개한 TV프로그램이 있다. 이 중 1990년대 인기 가수였던 이소은 씨도 있었다. 그녀는 8년 전 미국 로스쿨에 입학해서 변호사가 되었고, 지금은 국제 상업회의소 뉴욕지부에서 부의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그의 언니는 세계적인 피아니시트인 이소연씨라고 한다.


이소은씨는 미국 유학 당시를 회상하며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와 로스쿨에서 쓰는 영어의 수준 차이는 어마어마했다”며 운을 뗐다. 그녀는 어릴 적에 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차원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어 “전 페이퍼도 한번도 영어로 써 본 적도 없고. 결국 로스쿨 입학 6개월 만에 치른 첫 시험에서 꼴찌를 했고, 카페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 때 이 사실을 안 이소은씨의 아빠는 "아빠는 너의 전체를 사랑하지 무언가를 잘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응원을 해주셨는데, 그 때 아버지의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었고, 어려움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아울러 이소은은 “아빠가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은 ‘Forget about it’입니다. 지나간 것은 생각할 필요 없이 잊고 앞을 보고 향해 나가라는 것이죠. 항상 뒤에서 저를 믿고 기다려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며 아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는 얼마나 내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인지 돌아본다. 내 자신과 다른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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