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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06. 2019

삶은 희극일까요? 비극일까요?

유난히 짧았던 결혼생활은 안에서부터 무너졌고, 나는 직장도 없이 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으며, 노숙자가 아닌 상태로 현대 영국에서 가능한 극한의 가난을 겪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중요했던 유일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내가 다른 부분에서 하나라도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진정한 나의 영역인 글쓰기에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_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


삶을 비유한다면, 희극과 비극 중 어디에 가까울까?


인생은 희극이나 비극으로만 가득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지 않다. 다르게 말하면 희극만 가득한 인생, 비극만 가득한 인생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희극만 계속된다면, 삶은 햇볕만이 가득한 메마른 사막이 될 것이고, 반대로 비극만 계속된다면 햇볕 하나 들지 않는 버려진 황무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희극이나 비극만 계속되는 인생은 쉽게 삶의 의미나 기쁨을 잃어버리게 되고 말 것이다. 결국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한다. 내 인생도 그렇다. 슬픔이 없는 날도 없지만, 기쁨이 사라진 날들도 없었다. 늘 내 삶에 기쁨과 슬픔이 존재했다.


그런데 인생은 희극이 끝나면 비극이 상영되고, 비극이 끝나면 희극이 상영되도록 만들어진 것 같지도 않다. 물론 "전화위복"나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화가 오히려 복이 되기도 하고 복이 오히려 화가 되기도 하는 경험을 종종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는 인생에서 배워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지만, 무작정 막연히 기다린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생은 희극과 함께 비극이, 비극과 함께 희극이 동시에 상영되는 것 같다. 고난 중에도 고난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참된 기쁨을 누리고 역경이 아니면 결코 배울 수 없는 지혜를 배웠다고 고백하는 이유도, 반대로 성공의 정점에서 정작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의 폐허 가운데서도 웃음꽃이 피는 것이며, 화려한 불빛 뒤에도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J. K. 롤링의 고백처럼, 모든 것이 실패했던 순간이 사실은 그녀가 세계적인 작가로서 탄생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비극이 시작될 때. 우리는 흔히 비극이 속히 지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비극을 이기는 지혜는 비극 안에 감추어 둔 희극적 요소를 발견하고, 그로 인해 기쁨과 용기를 얻어 계속해서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반대로 인생의 희극이 시작될 때, 우리는 희극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희극 안에 감춰진 비극적 요소를 기억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비극 속에서도 희극을 볼 줄 아는 용기를, 희극 속에서도 비극을 볼 줄 아는 겸손을 갖춘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극의 순간을 지나는 누군가에게 따스한 말 한 마디, 미소 하나 지을 수 있었으면, 그래서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비극 중의 희극적 요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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