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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19. 2019

재능 없이 성공하는 법

세익스피어와 더불어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찰스 디킨즈의 단편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 죄수가 오랫동안 감옥에서 복역을 하게 되었다. 그는 긴 세월의 감옥생활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감옥생활에 익숙해진다. 자신이 거처하는 좁은 공간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안락함을 느낀 것이다.  

감옥 안에 있으니 세상 걱정거리가 없어 좋았다. 돈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 좋고, 자식 걱정 안 해서 좋고, 아내 잔소리 들을 필요가 없어 좋았다.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남의 눈치 볼 일 없어 좋고, 체면 차릴 일이 없어 좋았다. 거처가 좀 누추하기는 하지만 주는 밥 먹고, 낮에는 시키는 일 하고, 밤에는 자고 싶은 대로 자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감옥에서 별다른 불편함 없이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오랜 감옥생활 끝에 그는 복역기간이 다 되어 드디어 석방된다. 석방 후 그는 부모 집에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의 부모 집은 아주 큰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이 저택에서의 첫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거렸다. 침실의 휑하니 터인 넓은 공간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급 침대와 부드러운 이불이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잠을 설치다가 마침내 그는 넓은 자기 방 한 모퉁이에 벽돌을 쌓기 시작했다. 옛날 자기가 거처하던 감방만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는 그 좁은 공간에서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안락한 잠을 잘 수 있었다. 


흔히 인간을 습관의 노예라고 말한다. 인간은 길들여진 존재라는 의미로, 불편함조차도 길들여지며 편해질 수 있다. "Once a quitter, always a quitter(한번 포기한 사람은 늘 포기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고비마다, 인생의 크고 작은 고난 앞에서, 중요한 도전 앞에서 우리를 주저앉게 만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내가 만들어 놓은 과거의 내가, 습관이 나를 넘어뜨리는 것이다.


앤젤라 더크워스라는 심리학자가 있다. 그녀는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넌 내 딸이긴 하지만 머리가 나빠서 성공하기 어려울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것도 한번만이 아니라 재능이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결국 이 말은 그녀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재능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자 했다. 그래서 이 주제로 10년을 넘게 연구했고, 전세계 단 20명의 천재들만 받는 상이라는 맥아더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에서 실시한 하나의 실험을 소개한다. 


이 실험은 '러닝머신 실험'으로, 13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최대 속도의 러닝머신에서 5분 정도 달리게 한 실험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실험은 끝났고 실험을 마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진짜 실험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연구팀은 이들을 40년간 추적조사를 했다.

40년이 지나고 그들이 60세가 되었을 때, 직업, 연봉,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은 사람들이 생겨 났다. "재능 때문일꺼야." "IQ가 높아서 그럴꺼야."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지만, 러닝머신 실험결과는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체력에 한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몇 발자국이라고 더 뛰었는지를 "그릿" 점수로 매겼는데, 결국 한계라고 생각하는 상황 속에서도 한 발짝 더 내디딘 사람들이 40년 뒤에도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육군사관학교나 초임교사, 세일즈맨을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같았다고 한다. 


이 실험은 재능보다 그릿이 인생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타고난 재능보다는, 문제나 한계 상황에도 한 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느냐에 따라 인생을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 그릿은 재능과는 달리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재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우리는 재능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살아간다. 그럼 재능이란 무엇일까? 재능이란 다양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성공과 실패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능이 없다는 스스로 만든 벽돌 안에 갇혀 자신을 한계짓고 주저하고 포기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이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한 걸음 더 내디딜 줄 아는 용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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