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신종질병 팀장은 "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위해 사람들과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은 필수적"이며 "하지만 그것이 사람과 가족과의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용어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언어가 갖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공개서한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통해 깨달은 14가지 교훈을 공유했다. 게이츠는 "나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엔 영적인 목적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라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교훈에 대해 나누고싶다"고 글을 시작한다. 그가 내놓은 첫번째 메시지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이라며, 이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내놓은 메시지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우리의 가족과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무시했는지 상기시켜 준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질병이 우리를 강제적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이 사실을 깨닫게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웃지 못할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 이후 프랑스에서는 가정폭력이 32%나 증가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최근 이동제한령이 시행된 유럽 여러 나라에서 가장폭력이 20%가량 늘어났고 BBC는 전한다. 중국에서는 이혼율이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잠재됐던 문제와 갈등들이 증폭된 것이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제로는 서로가 가깝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해 그동안 얼마나 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살았는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반대가 아닐까. 그동안 서로가 얼마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살았는지를 깨닫고,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함께 있지만 거리를 두었던 관계의 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친밀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