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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Jul 29. 2023

기적이 왜 지금은 일어나지 않나요

하나님의 위임장

"성경에 기록 된 기적은 사실인가요? 그럼 왜 지금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나요? 기적은 사람들이 착각했거나 만들어낸 이야기 아닌가요?."


사실 기적을 믿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수님이 활동할 당시에도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님이 행하신 일들을 목격하고도 여전히 표적(기적)을 보여주길 요구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역시 수시로 믿음이 없다고 예수님에게 책망을 받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제자들의 이런 회의적인 태도는 오히려 그들의 진술을 더욱 신뢰하도록 만든다.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만약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계심을 믿는다면, 성경에 기록된 다른 모든 기적도 쉽게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면, 하나님이 행하신 어떤 기적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에 등장하는 기적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기적에 대한 반대논리


오늘날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기적을 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적을 믿지 않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스피노자의 논리이며, 다른 하나는 흄의 논리다.


스피노자는 자연법칙을 불변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자연법칙에 벗어나는 기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자연세계의 네 가지 기본적인 힘 중 하나인 중력 때문이다. 그런데 중력은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동일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중력을 벗어나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법칙은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서술이지, 어떤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다. 즉 자연법칙은 자연 속에서 규칙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관찰하여 설명한 것이며, 모든 것이 자연법칙대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력의 법칙에 의하면 사과는 땅에 떨어져야 하지만, 농부가 수확을 하면 사과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바구니로 옮겨진다. 중력이라는 자연법칙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격적 존재의 개입으로 중력의 법칙을 이겨낸 것이다. 야구선수가 떨어지는 야구공을 잡거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도 중력을 이겨낸 예이며, 자연법칙을 이겨낸 예는 일상에서 수없이 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이라는 인격적 존재가 개입한다면, 자연법칙에 벗어난 기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흄의 논리는 스피노자 보다 정교하다. 요즘 운동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이라는 제도가 있다. 심판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한 번 밖에 보지 못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하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번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번 본 심판의 판단보다는 비디오 판독을 신뢰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기적은 드물게 일어나고 자연법칙은 거의 항상 발생하기에 기적보다는 자연법칙을 신뢰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논리다. 조금 단순화 하면, 기적은 왜 자주 일어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지 않는 기적을 과거에 일어났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일 중에는 단회적 사건도 많다. 예를 들어 골프에서 홀인원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평생 골프를 하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이 한번도 홀인원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홀인원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또한 홀인원을 했다는 누군가에게 내가 보는 앞에서 홀인원을 해야만 믿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사람에게도 홀인원은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이런 단회성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만약 프로포즈를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람둥이일 확률이 크다. 프로포즈를 한번 밖에 하지 않았다고, 그 사람의 사랑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번 밖에 고백하지 않았지만 가장 진실되고 소중한 순간임을 우리는 안다. 사람의 출생 역시 마찬가지다. 출생 자체도 단 한 번만 일어나는 사건이다. 우주의 시작은 어떨까?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는 우주가 한 점에서 생겨났다는 빅뱅이론을 지지한다. 빅뱅은 빈번히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믿는 것이다. 따라서 빈번히 일어나지 않거나 지금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기적을 부정하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성경은 기적으로 가득 차 있는가


무신론적 세계관에서는 세상에는 물질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물질세계 외에는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무신론적 관점에서는 기적은 불가능하다. 기독교 역시 세상은 물질세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하나님은 세계를 자연법칙대로 움직이도록 만드셨다. 따라서 기독교는 자연법칙을 무시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자연법칙을 수용한다. 하지만 물질세계 밖에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는다. 따라서 하나님은 우리가 사는 물질세계 안에 들어와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을 행하실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성경이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분명 성경에는 많은 기적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기적들 가운데 대부분은 역사의 매우 좁은 시기(모세와 엘리야 및 엘리사, 그리고 예수와 사도들이 살았던 세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기는 하나님이 자신의 사람들을 보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기간이었다. 기적은 이 사람들을 하나님이 보내셨음을 확증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누군가 자신은 신이 보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신이 보냈다는 증거를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초자연적인 기적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회의론자들조차 기적이 신의 존재를 입증한다는 사실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예를 들어 관공서에 서류를 받기 위해 간다고 가정해 보라. 제일 먼저 본인이냐고 물을 것이다. 아니라고 한다면 위임장을 써 왔냐고 물을 것이다. 이 위임장이 바로 기적인 것이다.


기적은 하나님이 보낸 사람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며, 성경에서도 특정 시기에 기적이 집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이 사실이 오늘날에는 기적을 행할 수 없다거나 기적을 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님은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기적을 행하실 수 있다.


오늘날에도 기적은 가능한가


<뉴욕타임즈>에 한국과 미국의 의학전문가들이 불임 치료와 관련해서 공동 조사한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서울 차병원과 컬럼비아 의대 산부인과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제 3자의 기도와 불임치료의 연관관계에 대한 연구논문이었다. 그들은 1998년부터 1999년 사이에 차병원에서 불임치료를 받은 199명의 환자와, 미국, 캐나다, 호주의 기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기도와 임신 성공률'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진은 환자가 모르게 불임치료를 받는 환자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한 그룹은 미국, 캐나다, 호주에 있는 각기 다른 종파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사진을 나누어주고 그들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했고, 다른 한 그룹은 기도를 부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보기도를 받으며 불임치료를 받은 여성들의 임신성공률이 기도를 받지 않은 여성들의 임신성공률보다 두 배 더 높게 나타났다. 공동연구자인 로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연구 결과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를 발표해야 할 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두 그룹 사이의 임신율 차이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거나 통계적 오류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내가 어떤 전제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지다. 만약 하나님이 안 계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기적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하나님이 계신다는 전제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수많은 기적을 매일의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 자체가 은혜이고 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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