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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18. 2023

진정성의 윤리와 교회

1990년대 말 한국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누렸던 가수 유승준 씨는 병역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법무부에서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활동은 커녕 입국 자체가 거부당하고 있다. 사실 병역을 기피한 사람은 유승준 씨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면 여호와의 증인으로, 이들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했다. 그런데 2018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고,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어느 경우는 병역을 기피해서 입국이 거부 당하는데, 다른 경우는 인정이 될까? 그것은 진정성의 문제다. 가수 유승준 씨는 자신은 군대에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국적을 취득함으로 병역을 기피했지만, 양심적 병역 기피자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입대를 거부했기 때문에 인정한 것이다. 즉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정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얼마 전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상영된 적이 있다. 그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불륜을 저질렀으며, 아내에게 불륜이 들통나자 "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대사는 이 드라마의 최고의 대사가 된다. 불륜을 저지른 주인공은 더 이상 사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대사는 우리 사회의 윤리적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진정성의 윤리는 우리 사회의 주된 코드가 된 것이다. 심지어 마케팅에서도 진정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돈내산>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대중매체에 나타나는 교회와 기독교인의 모습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즉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나쁜 사람들은 대부분은 교회를 다닌다. 특히 교회에서 설교를 듣거나 기도를 하는 모습이 자주 비춰진다. 물론 이런 설정이 지나치고 악의적인 면이 있지만, 현실 기독교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위선적인 기독교인들보다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 보다 종교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진정성은 기독교가 강조하는 윤리이기도 하다. 위선적인 바리새인들을 향해 예수님은 독설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요한은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고 강조했다. 초대 기독교가 전파됨에 있어서 진정성은 실제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온갖 핍박 속에서도, 심지어 죽음의 형장에 끌려가면서도 믿음을 지키는 기독교인의 모습은 복음이 진리임을 무엇보다도 분명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는 구조적으로 진정성의 윤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교회는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지키지 않음에서 오는 위선적 위험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진정성을 추구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이는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는 윤리적 요청이자 우리가 되찾아야 할 무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세상도 우리의 사랑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만큼 위선자가 되기 쉬운 직업도 없습니다. 목회자만큼 위선자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위선이 악습으로 몸에 베면 양심도 없어집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얼마나 무서운 벼랑 끝에 서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_ 옥한흠, <목사가 목사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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