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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Dec 04. 2023

경은 어떤 사람이오?


최근에 <고려거란전쟁>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요즘은 정통 사극이 흔하지 않는데, 강감찬 장군을 소재로 한 정통사극이다. 사실 강감찬 장군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군인이 아니라 문인이었다. 전쟁 당시 나이도 70대로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의 거란군을 물리치고 고려를 지켜냈으며,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뛰어난 승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당시 고려 황제였던 현종은 강감찬 장군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대체 경은 어떤 사람이요? 처음에는 아버지처럼 자상한 늙은 신하였소. 그 다음에는 바른 말 하기 좋아하는 고집쟁이 신하였소. 헌데 이제 보니 승리에만 미쳐 있는 광인 같소."


예전에 옥한흠 목사님이 CAL 세미나(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할 때 첫 강의 제목이 "광인론"이었다. 제자훈련을 하기 위해선 한 영혼에게 미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강의 제목을 이렇게 잡으셨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제목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하셨지만, 목회자들이 가장 은혜와 도전을 받는 강의이기도 했다. 목회를 비롯해서 무엇이든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미친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닐까 한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만일 정신이 온전하여도 너희를 위한 것이니"(고후 5;13) 여기서 미쳤다는 표현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바울의 대적자들이 그를 비난하기 위해서 "미쳤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 같고, 바울은 그의 행동이 하나님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비록 그를 비난하기 위해 "미쳤다"고 말했지만, 바울의 삶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 "미쳤다"는 말일 것이다.


현종이 강감찬에게 "경은 어떤 사람이요?"라고 묻는 대사를 들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자문해 보았다. 나도 미친 사람이 되길 소망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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