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두 가지 축이 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축이 변화하고 있다. 시간이 뒤바뀐 것도, 공간이 뒤틀린 것도 아닌데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가 어디인가요? 그 마트는 언제 문을 닫나요?"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스마트폰 안에 있고 그 마트는 문을 닫지 않는다."
분명 오늘날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중세 시대에는 도시 중앙에 종탑이나 시계탑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종소리에 맞춰 생활했다. 종소리를 들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종소리르 들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그 시절 종소리는 모두가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음을 또렷하게 알려주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각자 스마트폰에 설정한 다양한 알람 소리에 맞춰 저마다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의주인이 바뀐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 일상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의 흐름'이었고, 산업혁명 이후 일상을 결정짓는 것은 '9 to 6'라는 일상을 규격화한 '조직의 생산성'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개인이 그 어느 때보다 주체적으로 자기 일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본방 시간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저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 한 마디로 지금은 '사회가 규정된 시간표'에얽매이지 않아도 상관없는 시대다. 일상의 기준점이 일출과 일몰 시간에 따라 조직이 정한 시간표가 아니라 '개인'이 되었다.
예배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오전 11시에 주일예배를 드렸고, 주일 오전 11시는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배시간부터 어떤 스타일로 예배를 드릴 지도 스스로 선택한다. 주일 오후에 예배를 드릴 수도 있고, 현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내가 원하는 예배를 드릴 수도 있다. 신앙생활의 주도권 역시 개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1995년 주 53시간이어던 대한민국 근로 시간은 2023년 현재 40시간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OECD 평균 보다 주당 3.8시간이길지만 지난 30년 동안 주당 13시간이 감소했다. 해당 기간 평균 근무시간이 OECD는 2.4시간, G7은 1.2시간 감소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근로시간과 더불어 가사노동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다양한 가사노동 외주화 서비스, 가전제품 발달, 배달음식과 밀키트 성장으로 가사 노동시간은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세탁기가 등장한 이후로17kg을 세탁하는 시간이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었다. 게다가 회식과 야근 시간의 감소로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가족 구성원, 근무 형태, 연령대마다 다르겠지만, 의무시간은 줄어들고 여가시간은 늘었다는 것이 확실하다. 각종 혁신과변화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럼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이 때 중요한 것이 습관 형성이라고 한다. 모바일 게임 대부분은 '출석 체크' 기능으로 매일 방문할 경우 새로운 보상을 제공한다. 웹툰과 웹소설과 같은 웹 콘텐츠 플랫폼은 매일 같은 시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업로드해 주기적인 방문을 유도한다. 습관을 갖게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은 <미식 예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를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이 되어져 가는지 알 수 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에는 습관을 바꿈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재구성하며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