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즐거움과 불안함 1

아쉬움과 아까움

두 번째로 근무했던 회사는 일하기에 편하고 좋았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하는 동료 역시 다들 온순한 사람들이 많았다.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업무의 성과때문에 날을 세우는 사람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온순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일하는 환경이 온순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업무 성과로 푸시하지 않다보니, 서로가 피곤하게 대할 이유가 없었다. 

회사의 직무도 나에게 잘 맞는 편이었다. 본래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옮겼다. 이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회사가 주는 월급을 받으며, 온순한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회사를 4년동안 다닌 후에 그만 두게 되었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퇴사를 고민한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금씩 원치 않은 콘텐츠를 다루게 되면서였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연봉의 절반정도가 깍이는 것을 감수하고, 회사를 옮겼다. '원하는 일'에 대한 열망이 강한만큼, '원치 않은 일'을 할 때의 불만도 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을 법도 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고객경험에 대해 분석을 하는 일이 가장 흥미로웠으나, 회사에서는 깊이 있는 일을 하기 힘들었다. 

매 번 비슷한 고객사에게서 비슷한 의뢰를 받아서 강의를 하는 일이 많았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익숙한 생각, 익숙한 습관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다 . 한 회사에서 한 가지 직무를 오래할 경우, 새로운 생각을 하기보다 익숙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된다. 비슷한 고객사와 반복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그만두려고 생각하니 그동안 누렸던 익숙한 것들에서 떠나는 게 너무 아까웠다. 

익숙한 것에서 떠나는 것이 아쉬운것이 아니라...아깝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때,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