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악한이 되기 위해서는 미소 짓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행위의 악함만으로, 지독하다고 남들에게 공인될 만큼 악의 분량을 채우기는 어렵다. 행위와 타인이 가지는 선제 인식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야, 비로소 지독한 악한이 될 수가 있다.
이 시대에 남들과 사업 동업을 하다가 크게 당했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 부류의 사람들과 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첫째는 친한 친구이다.
둘째는 믿었던 선배이다.
셋째는 자신을 진짜 따르는 후배이다.
안 친한 친구와 사업을 해서 쪽박 찼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의심스러운 선배와 사업을 벌여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자신을 따르지 않은 후배에게 돈을 떼였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들 3종 세트가 사회에서 ‘대악’을 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그전에 친함(좋은 관계), 신뢰, 추종이라는 ‘소선’(small good)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선이 없이는 ‘대악’을 이룰 수 없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악행 중에 하나가 배신인데, 이 배신이라는 것도 ‘좋은 관계’를 사전에 구축해 두지 않으면, 아예 상대방에게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작정을 하고 노력을 할지라도, 당신과 전혀 친하지도 않고, 당신을 아예 믿지도 않는 사람을 배신할 수가 없다.
‘소선’이라는 단주 매매가 없이는 ‘대악’이라는 주식 쪽박을 만들 수가 없고, ‘소선’이라는 자재가 없이는 ‘대악’이라는 난파선을 건조할 수가 없다.
‘대선(大善)은 비정(非情)에 가깝고,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에 닮아있다’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카즈오가 한 말이다.
당장 개인적으로나, 임시방편으로 좋은 정책을 남발하다가, 나중에 기업이나 국가가 망하는, 거시적인 실패를 지적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이다.
반려견에게 그 개가 좋아하는 간식만 계속 주면 그 순간 개는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주식으로 주는 먹이를 거부하거나 싫어하게 되어, 오히려 영양 불균형이 생긴다. 양치 안 하고 그냥 자겠다고 막내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면, 그 졸려하는 표정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래, 그래 하다가, 나중에 그 아이는 자기 전 양치하는 습관을 제대로 못 들일 수도 있다.
소선은 대악과 닮은꼴 정도가 아니라, 소선 그 자체가 대악의 필수 선행 요건이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조금 바뀌어 소선은 대악에 닮아 있다가 아닌, 소선은 대악에 닿아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소선과 대악이 닮았다는 것은 ‘아, 이 둘은 모양이 서로 비슷하군’ 하고 바로 인식을 할 때 가능한 것인데, 보통 대악은 소선 한참 이후에 다가온다. (소선과 대악의 시간차).
많은 사람들의 호의와 찬탄, 흠모 속에서만 사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이 얼마나 위험에 처해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크게 실패한 사람들, 그분들이 과거에 타인의 그 ‘소선’들과 작은 호의들에 둘러 쌓여 있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삶은 훨씬 덜 취약했을 것이다.
‘프로 악한러’가 되고 싶다면, 미소 짓는 법을 배우고, 작은 선을 먼저 쌓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는커녕, ‘사회인 악행 동호회’에서 2군 예비선수로 잠시 뛸 수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프로 악한러’는 못 된다.
마찬가지로, 지금 당신에게 웃지도 않고, 작은 호의도 전혀 나누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악한’은 아니다. 그는 전혀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고, 인생에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다.
그들 중 아주 일부는 지금 당장은 소악으로 보이지만, 혹시 당신이 한참 후에 마주할 대선(大善)의 전령사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