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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Nov 30. 2022

모과의 때

어느 여고 교정을 자전거로 둘러보았다. 교정 안 쪽에 모과나무가 있었다. 큼지막한 모과가 무수히 떨어져 있었다. 모과는 집에 두면 좋은 냄새가 나는 과일이다. 나는 혹시나 학교를 지키는 소사 아저씨로부터 혼이 날까 싶어 눈치를 보면서 모과를 주웠다. 큰 놈, 작은놈 합쳐서 일곱 개 정도를 주워 가방에 담았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아직 모과는 여럿 달려 있었다. 주말에 우수수 더 떨어지면 월요일 아침 여자 아이들이 와서 몇 개씩 주워 갈 것이다. 아니면 학교 관리자 분들이 일찍 다 주워 가실 수도 있다.


나는 너무도 운이 좋아서, 이 학교를 출입하는 분들 수천 명보다 앞서서 모과나무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가 생산해 낸 창조의 열매를 , 그것도 이쁜 놈, 안 이쁜 놈 구분해 가면서 주워 담을 수 있었다. 나는 복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가질 법도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이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어떤 이들은 취했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런 기회에 초대도 받지 못한 것들이다. 주말 아침에 그 교정을 거닌 이는 자신은 일찍 와서 운이 좋았다 할 것이다. 다음 주 초에 그 교정을 거닐 이는 자신은 늦게 와서 이쁜 모과를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모과는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떨어질 때가 되면 떨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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