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4, 5 ,1

우리에게 이익이라는 규율이 들어올 때

by 작은길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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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숫자들 6, 4, 5 ,1 이 있었다.
어떤 수는 덩치가 컸고, 어떤 수는 덩치가 적었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이들은 평등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갑자기 방문을 열고 피타고라스 영감이 들어왔다. 영감은 네 숫자를 쓰윽 둘러보더니 말했다.
"일주일 후부터는 너희들 중 일부는 귀족이라 부를 것이고 나머지는 평민이라 부를 것이다. 서로 합하여 10이 되는 숫자들은 귀족이 될 것이고, 나머지는 그냥 평민이다."

그러곤 영감은 휙 나가버렸다.
숫자들은 각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6은 생각했다.
"나와 함께 10이 될 숫자는 4이다. 내일 4에게 차 하잔 하자고 해야겠다."

4는 생각했다.
"여태껏 덩치로 보면, 세 번째였지만 이젠 달라. 나는 6과 합하면 귀족이 될 수 있어.
아니... 5와 합해도 귀족이 될 수 있지. 내가 1을 부르기만 한다면 말이지.
내일 5와 6이 나한테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지켜봐야겠다."

5는 생각했다.
"여태 6에 치여 만년 2등이었다. 이번에는 6을 배제하고 내가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어. 그러려면 4와 1을 불러야지. 내일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할까?
음... 1을 먼저 설득해도 4가 6에게 붙으면 그냥 게임 끝이네. 4부터 구슬려야겠어.
4와 저녁을 먹고, 그 담에 1과 커피 한 잔 해야겠다."

1은 생각했다.
"6이 나를 부를 일은 전혀 없지. 솔직히 나도 관심 없고.
그럼, 5가 나를 불러 줄까? 아마 5는 4를 먼저 부르겠지... 근데 4가 5를 먼저 만날까? 6을 만날까? 4가 6과 붙으면 절대 안 되지.
내가 먼저 4를 만나고, 나중에 5에게 4를 이미 설득해 두었다고 얘기를 해야겠다."

1은 4와 저녁을 했다. 만날 때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60도 정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4가 먹기 좋도록 식탁 위 반찬 배열도 챙겼다. 꼭 굽신거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4의 농담에 과장스럽게 웃고, 4의 고민에 격하게 공감을 했다.

이를 목격한 누군가가 다음날 1에게 말했다.
"야. 너 왜 그렇게 4한테 숙여?

1은 지갑을 꺼내어 운전면허증 앞에 끼워 둔 사진을 슬쩍 보여 주었다. 그것은 초라한 할머니와 찍은 사진이었는지, 아니면 5살짜리 여자애와 찍은 사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1은 대답했다.
"너라면 어떡할 건데?"

그렇게 네 숫자들은 자신들에게 지극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오랜 궁리 끝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만들어 갔다.
그건 자유로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자유는 딱히 뭐 어쩔 도리가 없는 자유였고,
솔직히 너무도 빤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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