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할머니가 자기 팔을 부축하도록 하고 아주 천천히, 산책로와 연결된 아파트 단지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람은 이 할머니가 어떻게 산책로까지 혼자 걸어 나올 수 있었는지가 정말 이상했다.
"할머니, 걸음이 불편하신데 산책은 어떻게 혼자서 나오셨어요?"
"아... 보통 땐 괜찮다가 한 번씩 갑자기 그래요."
그들은 계단 아래에 도착했다. 이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 사람은 할머니가 저 높은 계단을 어떻게 올라갈지 걱정이 되었다. 이 할머니를 업어드려야 하나 하고 생각을 하던 찰나,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다. 할머니는 갑자기 그 사람 팔을 놓더니, 혼자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했다. 스무 계단 되는 데를 혼자만의 힘으로 잘 올라갔다. 그 사람은 놀랐다. 볼수록 이상한 할머니였다.
둘은 아파트 팔각정에 잠시 앉았다. 그리고 할머니의 남편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를 기다리면서 그 사람은 물었다. "할머니, 계단은 잘 오르시네요."
그때 할머니가 대답을 했다. "위아래 움직이는 건 되는데 앞, 뒤로 가는 게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리곤 자기 얘기를 좀 더 들려주었다. "얼마 전에 파킨슨 병이라고 진단을 받았어요. 평소 때는 멀쩡하다가 한 번씩 신경이 뭐 잘 안 되면 다리를 잘 못 써요. 근데 계단 같은 위, 아래로 움직이는 건 되는데, 앞으로 나가는 건, 그때가 되면 어쩐 일인지 꼼짝을 못 해요."
할아버지가 팔각정에 도착했다. 그는 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할머니는 이상한 할머니가 아니었다. 신경물질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분이었다.
사실 며칠 전에 그 할머니를 산책로에서 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그는 길에 서서 떨고 있는 '이상한 할머니'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 또 그 할머니의 남편을 기다리면서 팔각정에 10분 정도 같이 앉아 있을 여유도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자기 마을에 '도대체 이상한 할머니' 같은 분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