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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May 16. 2019

탁구를 시작한 이유

나는 저녁 식사 중에, 탁구를 수준급으로 잘 치는 후배에게 물었다.

"탁구를 왜 시작했어?"

"형님, 형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M사에서 T사로 온 케이스쟎아요.
첨에, 정말 힘들었어요.

정말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싶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하여튼 그땐 정말 힘들었어요.
상사도 이상했고요. 매일 새벽 한, 두시에 집에 갔을 거예요.

어느 날, 밤에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맥주 한 병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두 잔 마시고 와이프한테 얘기했죠.

'오빠, 이 회사 도저히 못 다니겠다. 너무 힘들다. 오빠, 옛날 직장, 지방 사업장에 재입사 얘기했다...'

그때 제 와이프가 뭐라고 한지 아세요?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오빠만 안 힘들 수 있다면 어디 가서 살든지 상관없다고...

그리고 며칠 후에 밤에, 저 혼자 차에 앉아서 내비로 동네 탁구장을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주변 탁구장 열 군데를 가 봤어요. 정말, 열 군데.
그리고 그 중에 제일 좋다 싶은 데를 등록했어요.

...

저는 지금 아들이 여덟 살인데 나중에 아버지, 아들, '부자 탁구 복식' 나가는 게 꿈입니다.
그땐 와이프가 경기장에 도시락 싸서 오겠지요?"


그는 자신이 왜 탁구를 시작했는지 얘기해 주진 않았다.
다만 그는 누가 그를 지원해 주었는지, 믿어 주었는지 그 얘기를 했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진 자신의 꿈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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