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길벗 소로우 Jun 15. 2019

성실에 대한 옹호

성실하면 성공할까?

'성실하면 성공한다. 성실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통념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다. 누가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면 좋겠다. 지금은 빅데이터 시대이니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증명을 해 보면 어떨까 한다. 어떤 사람의 성실성, 성실과 관련된 취향, 성향 등을 파악하는 지표를 구성하여 설문지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나라 상위 1% 부자그룹에서 1,000명, 그리고 나머지 99%로 구성된, 즉 부자가 아닌 사람들 중에 9만 9천 명을 임의로 추출하여 표본을 구성하고 설문조사를 한다.


상위 1% 그룹의 성실 성향 비율이 100점 만점에 75점이 나왔다고 치자. 부자가 아닌 99%의 성실 성향 비율이 100점 만점에 68점이 나왔다고 치자. 그럼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거 봐,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을 유발하는 인자, 즉 성실 DNA 보유율이 더 높잖아."


이렇게 되면 이 이야기는 참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성실하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성실하면 성공한다고 계속 가르쳐도 될 듯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금 부자 분들 중에는 남들보다 성실한 사람들이 많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말이다.

1% 부자 집단의 성실 성향이 75점이고, 나머지 부자가 아닌 사람들 99% 집단의 성실 성향 비율이 73점이라고 치자 그럼 우리들은 2점의 성향 차이가 저렇게 수십, 수백 배의 어마어마한 성공 사이즈의 차이를 만들어 내었다고 가르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기가 좀 어려워지고 아이들도 '애개? 겨우 2점 차이로 이렇게 큰 부의 차이가 나나요?' 질문할지 모른다. 아마 아이들은 '2% 말고도 다른 요인이 있지 않나?'라고 속으로 골똘히 생각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 보다 더 나아가서 말이다. 이것은 좀 이상한 소리인데... 만약에 1% 부자 집단의 성실 성향이 75점이고, 부자가 아닌 99% 집단의 성실 성향 비율이 76점이라고 치자. 그때 우리는 성실하면 성공한다고 가르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의 성실 성향 비율이 과연 더 높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성실이라는 덕목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도 책임을 지는 것. 숙련성을 가지고 꾸준히 반복하는 것.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신의를 지키는 것, 이웃과의 작은 약속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것 등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면 말이다.


만약 성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의 성실 성향 비율이 더 낮다면, 우리는 성실을 성공의 전제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실제 이 세상은 성실의 힘보다는 '기회' 또는 '우연'의 힘이 더 클 수도 있다. 성실이 작은 부를 쌓게 해 주긴 하지만, 성실만으로 큰 부가 오지는 않는다. 부자들이 성실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성실 그 자체만으로 부와 성공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부자들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양치를 세 번 한다고 해서, 양치를 규칙적으로 세 번 하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라고 말할 순 없다.


성공한 사람의 성실 성향 보유비율이 나머지 대중보다 낮다면,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서로를 향한 메시지를 바꾸어야 한다.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많은 30~40대에게 '다 너의 성실성 부족 때문이야'라고 얘기해선  안 된다. 대기업 입사 시험에 3번 낙방한 31살 취준생에게도 '니가 좀 더 성실했어야 했다'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현재의 자신 모습이 자신의 불성실함에서 기인한다는 자책감으로 사람들을 묶어선 안 된다.

뿐만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향한 화법도 바꿔야 한다.
 그들이 이룬 부와 성공이 오직 자신의 성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당신 주변 사람들이 당신들만큼 성실하게 살지 못했던 인생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고 일러 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솔직히 말해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성실과 성공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는 사회라고 일러 줘야 한다. 그때 아이들에게 성실이라는 미덕을 가르칠 때는 성공의 선제 요건으로서 가르쳐선 안 된다. 성실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아니라, 매일매일 더 나은 인간, 더 책임 있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간이 응당 가져야 할 자세라고 알려 주어야 한다.
 설령, 앞으로 너의 시대도 성실에 대한 믿음을 계속 배반한다 할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가족으로서, 이웃으로서,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신과 서로에게 성실해야 한다라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하여튼 이 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두 세대 중에 한 세대의 영혼은 놓임을 받을 수 있다.

부자 집단에 성실 비율이 더 적다면, 나이 든 중년 세대에게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이제 자신을 그만 책망하라고, 당신이 불성실하게 살아와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만약 부자 집단에 성실한 사람의 비율이 더 많다면,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세상은 성실을 배반하지 않는다.  통계를 보라고.... 성실했기 때문에 성공한 저분들을 보라고...


조사 결과가 어떻든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두 세대 중에 한 세대는 위로 또는 희망을 얻는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시나리오로 갔으면 한다. (부자 중에 성실한 사람이 더 많다는 가설이 마침내 입증!!)

이미 속이 다 곯은 기성세대들이 늘그막에 약간 위로받기보다는, 사회 입문을 준비하는 젊은이들과 내 자녀 세대의 믿음이 보호받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 다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