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길벗 소로우 Jun 17. 2019

<내일이 두려운 이에게>


가장 두려운 내일은, 어떨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내일이 아니다.

가장 두려운 내일은, 어제와 똑같이 생긴 내일이다.

너무도 익숙하고, 너무도 잘 알고, 그리고 두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다시 다가와 있는...

그런 내일이야 말로 가장 두려운 내일이다.


첨 보는 사람보다 더 싫은 사람은, 다신 안 보겠다고 여긴 그 사람이다.

잘 모르는 병보다 더 끔찍한 병은, 다시 찾아온 잘 아는 병이다.


어제 같은 내일이 다시 찾아오면,

하루 이틀, 자꾸자꾸 찾아오면 우리에겐 초능력이 생긴다.

그건 미래를 보는 눈이다.

내일이 어제와 너무도 똑같이 닮아 있기에 그때 우리는 미래를 보지도 않고 안다.

스쳐갔던 어제들만 슬쩍 다시 보면 된다.


그렇게 어제 같은 내일은, 영원히 어제를 살게 함으로써 우리를 좀비로 만든다.

좀비의 시간은 멈춰 있다.

그에게는 자신이 죽은 하루가 계속 이어질 뿐이다.

낯선 내일이 없다면 그는 움직이고는 있지만 실상은 죽은 것이다.


우리가 내일을 잘 모르고, 또 그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우리는 아직도 살아 있고, 자기가 주인인 날을 살아가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그 내일은, 퍼덕거리며 날 것 냄새를 내며 다가온다.

좀 두렵기야 하지만 괜찮다.

좀비의 어제만큼 두려우랴?

매거진의 이전글 성실에 대한 옹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