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의 조건

어느 부부의 소심한 쇼핑 이야기

by 작은길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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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부가 유명한 아웃렛 몰에 갔다. 이 가게, 저 가게를 드나들며, 추운 계절에 입을 옷을 고르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남편 멋내기였다. 그러나 옷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 옷이 맞나 싶으면 가격이 맞지 않았다. 가격에 맞추면, 이 옷을 살려고 이 거리를 운전해서 왔나 싶을 정도로 추레했다.

여기는 싸다고 해서, 여기는 좋은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부부는 어느 가게에 갔다. 그 가게는 유럽 어느 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중가 브랜드였다. 매장에 들어서자 유럽풍의 노래가 들렸다.

매장 매니저가 이 옷 저 옷을 권했다.
그리곤 재킷 하나를 꺼내 보이며, 좋은 말솜씨로 권했다.

"여기 보시면 어깨 부분이 이렇게 처리가 돼 있잖아요. 날개처럼... 보통 땐 이렇게 접혀 있지만, 팔을 펼치면 날개처럼 이렇게... 이렇게 펼쳐져서 팔이 편하지요. 날개같쟣아요...."

부부는 이 옷, 저 옷을 더 입어 봤다. 그리고 매니저가 권한 그 날개 컨셉트의 옷을 사기로 했다.

그들은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를 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둘 중에 하나가 말했다.
"이제 날 수 있어?"

그러자 그 얘기를 흘려들은 매니저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완전 아재 개그 하시는데 왠지 재밌네요.... 훨훨 날아가세요...."

부부는 가게를 나왔다. 작년 가을빛에 사진을 찍고 벌써 1년이 흘렀다. 그들은 가을 햇살에 서서 서로 뽐내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근처 어느 맛집 식당에 가서 6000원짜리 비빔밥을 먹을까 의논을 했다.

이렇게 조용하고, 잔잔히, 햇살을 받으며 함께 해 온 그들은 수십 년의 세월 끝에 또 하나의 날개를 얻었다.

그러나 새로 얻은 이 작은 날개가 무슨 소용이람? 그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함께 날아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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